첫 영상 200만, 나는 망가졌다.

by 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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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새로 이사 간 원룸이 많이 낡아서,

원래 리폼에 관심이 있던지라— 제대로 셀프 인테리어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다.


그냥,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영상을 만든 김에 유튜브에 올려버렸다.

누가 보겠나 싶어서.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많이 좋았다.

처음에는 잠잠하더니 몇 천, 몇 만, 몇 십만…

지금 그 영상의 조회수는 200만이 넘었고,

영상 하나로 당시 수익 창출 조건이었던

구독자 1000명과 시청시간 4000시간을 가볍게 넘겨버렸다.

뒤이어 올린 몇 편의 영상도 줄줄이 떴다.


운이 좋았다.

정말, 그 이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나는 영상이란 걸 제대로 만들어본 적도 없고,

촬영은 아이폰에, 편집도 그저 기본 프로그램을 가지고 독학했을 뿐이다.

가진 실력에 비해 겨우 운으로 얻은 몇 번의 작은 성공이,

하루아침에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 기준은 나한테는 아주 큰 부담이었다.

재미없을 것 같으면 시작조차 하지 못했고,

기껏 찍어놓고도 편집을 안 하게 됐다.

겨우 영상 하나를 만들어 올려도, 반응이 없으면 괜히 쪼그라들게 되고 겁이 났다.

더 잘하고 싶은데, 더 못하게 됐다.


문득 떠오른 문장이 있었다.

“신은 망가뜨리고 싶은 인간이 있다면, 그가 잘 된다고 추켜세운다.”


물론, 나를 망가뜨린 건 신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너무 빠른 추켜세움은, 내 안의 기준을 비대하게 만들었고

나는 아직 배우고 있었음에도,

그 기준은 나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구독자는 일곱 명.

그마저도 대부분 아는 사람이다.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다.

그런데, 마음은 편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해보고 싶은 시도를 해본다.

글이 재미없어도, 반응이 없어도 괜찮다.

지금은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는 단계라는 걸 알고,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지금이, 어쩌면 가장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성과’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만 일어난다.

지금 내가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너무 빨리 잘 되어버리는 것보다,

조용히 오래 하게 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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