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쓸 말이 참 많았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을 막 쏟아내느라 바빴던 것 같다.
그렇게 며칠 글을 써보고 나니까, 갑자기 조용해졌다.
내 안에 있던 생각이나 소재들이 고갈된 느낌.
더 끌어올릴 것 없이, 말라버린 우물처럼.
혼자 곱씹고 돌아보는 시간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자연스레 새로운 ‘인풋‘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책이든, 누군가의 글이든, 혹은 전혀 모르는 타인의 삶이든.
이슬아 작가가 세바시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의 삶과 마음에 부지런히 접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내 속을 나로만 채우지 않고, 남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이라고.
이제야 그 말에 공감이 됐다.
내 얘기만 자꾸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말이 멈춘다.
그건 생각이 고갈돼서가 아니라, 시선이 갇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출근길에 일부러 고개를 들고,
흘끗흘끗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말을 걸 순 없지만,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가끔 어색하게 상상해 본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 속에선 늘 혼잣말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읽을 수도 있는 곳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니
묘하게 환기가 됐다.
고여 있던 물 웅덩이에 물길이 트이듯이.
그렇게 흘러야, 다시 비가 되어 돌아오는 건 아닐까.
말하자면, 순환.
어쩌면 타인을 바라보는 이 어색한 연습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