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걸 하겠다던 나는, 왜 잘하는 걸 하고 있을까

by 밤우
1197fda76baa47d1db35960c9f225406.jpg




스무 살쯤,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경제적으로도, 삶의 방식에서도 남 눈치 안 보고 살고 싶다고.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개발자’였다.


뭔가를 만들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고, 미래도 있어 보였다.
그게 그땐 가장 빠른 길처럼 느껴졌으니까.

한동안은 자기 계발에 푹 빠져 살았다.
매일 뭔가를 배우고, 늘 더 나아져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년을 달려, 왠지 모르겠지만 인공지능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쳤다.


그쯤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가 되는 게 끝은 아니지 않나?"

"돈이나 직업 말고, 그냥 주도적으로 살면서 진짜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에서야 관성을 좀 벗어났던 것 같다.

제주에 가서 스탭살이도 해보고,

재미 삼아 올린 유튜브가 갑자기 떡상해 채널도 운영해 보고,

재밌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앱으로 만들어 앱스토어에 출시해보기도 했다.

아예 전공과 상관없는 사업개발 인턴으로 일해 보기도 하고.


지금은 서른 하나.

AI 엔지니어로 두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다.


처음엔 이게 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현실과 타협한 느낌.


그러던 즈음,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노홍철 씨가 생각났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뭘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들이 보기에도 네가 무언가를 정말 좋아하고 거기에 미쳐있는 것 같으면, 그거 해.

그런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으면, 그냥 잘하는 거 해.

대신 잘하는 거 하면서, 안전하게 좋아하는 걸 찾아."


딱 그 말이, 그때 내 상태 같았다.

완전히 미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고 싶지도 않은.


지금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잘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좋아하는 걸 계속 찾아가고 있다.


본업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퇴근 후 짬 내서 글도 써보고,

아주 조금씩,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중이다.


아직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걸 잃지 않으려는 마음만큼은 계속 안고 살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