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단편 영화 몸값을 원작을 각색해 제작된 티빙 드라마 몸값. 소름 끼치는 장기 밀매 조직의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생존력 강한 인간 말종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살아남은 3인방 박주영(전종서), 노형수(진선규), 고극렬(장률)의 미래는 망해버린 세상에서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목숨이 오가는 악조건에서 특유의 생존력을 과시하면서 때로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난관을 헤쳐 나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줬습니다.
배우들의 찰떡같은 연기도 좋았지만, 원작의 세계관 확장을 바라고 있었다면 어느 장도 실망했을 수 있습니다. 주영에게 초점을 맞추고 부사장 희숙이 삼촌과 조직원들 지하에 있는 시체 처리반에 있던 두 명의 캐릭터 등 흥미로운 설정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가 많기에 프리퀄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티빙 드라마 몸값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장기 밀매 흥정이 벌어지고 있는 가평의 어느 모텔에서 지진이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6부작 드라마입니다. 완전히 격리된 모텔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사투는 인간성이란 애초에 사치라는 것을 말해주듯 먹고 먹히는 싸움이 다이내믹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조연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줬으며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몸값 원작에서 미처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을 확장하면서 끔찍한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장기밀매 조직의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19금 드라마로도 손색없을 만큼 개인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6부작이지만 회차당 대략 30분 정도의 이야기라 집중력 있게 볼 수 있어 좋았고, 티빙을 통해 보면서 한글 자막도 제공되고 있던 점도 좋았습니다.
진선규 배우가 연기한 노형수 캐릭터. 파렴치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원조교제를 하러 가평에 있는 모텔로 와서 봉변을 당하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이기적인 성격으로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싸다구를 날릴 정도로 얄밉게 보이는 것도 진선규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서 더욱 실감 났던 것 같습니다. 거짓말의 달인으로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버벅거리지도 않는 모습은 평소 얼마나 거짓말로 점철된 인생과 사기를 벌이고 다녔을지 짐작게 만듭니다.
전종서 배우가 연기한 박주영은 몸값에서 어린 시절 팔려와 탈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노형수가 말을 하면 이게 정말 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주영이 거짓말을 할 때는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인신매매 흥정 전문가로 말발 하나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캐릭터로 수단과 방법을 갈지 않고 상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행동하게 만듭니다. 거짓말인 것을 알면서도 설득당하는 모습을 통해 극강의 생존력을 보여줍니다.
장률 배우가 연기한 고극렬은 미치도록 노형수의 콩팥을 원하는 캐릭터로 어리숙해 보이지만, 타고난 신체 능력을 사용해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도 절대 죽지 않는 좀비 같은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 몸값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 몸값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을 바라고 있었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들의 찰떡같은 연기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연결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작품으로 프리퀄 또는 시즌 2가 제작되어 극강의 생존력 3인방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