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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우 Aug 10. 2023

신파 없어도 재미있는 한국 재난 영화 리뷰

이병헌 박서준 주연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독의 뛰어난 연출,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빚어낸 웰메이드 영화다. 오로지 신파를 위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재난 이후의 상황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몰입감 넘치는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거대한 지진으로 세상은 지옥으로 변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역시 또 다른 지옥일 뿐이었다. 일반 적으로 생각하는 재난 영화와는 다르며 충분히 지루하게 생각될 수 있다. 생각이란 짐을 던져주는 내용들은 호불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이어서 거부감이 강하게 들 수 있다. 길게 늘어지는 신파와 희망적인 이야기를 바란다면 꿈도 희망도 없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뛰어난 영웅들의 활약으로 위기를 타계하고 무너진 세상에서 피어나는 한줄기 희망이 되는 꽃 한 송이와 같은 흐름은 없다. 찝찝한 이야기는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현실적이라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올여름 BIG 4 영화 중 감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집에 대한 집착과 부동산 문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 모든 것이 리셋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계급이 생겨난다. 추위를 막아줄 집과 함께 여러 인간 군상들과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는 소름 끼친다. 특히 이병헌 배우의 연기는 소름 끼쳐서 공포스러웠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재난 영화와 흐름이 다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영웅이 되는 주인공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재난 발생 후 벌어지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시작한다. 재난 이후 상황과 마음의 평안히 해주는 배경 음악이 이질적이면서 묘하게 어울린다.


스토리 전개에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쳐내면서 기승전결이 탄탄하다. 한 마디로 어설픈 로맨스와 신파 그리고 액션이 존재하지 않는다. 너무 쳐냈나 싶은 구간도 있지만, 상영 시간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연출자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에서 영탁(이병헌)이 어떻게 대표가 되고 민성(박서준)이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는지 등 여러 사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현실 속의 지옥이 만들어진다.


아파트 축제에서 아파트를 부르며 영탁의 과거가 밝혀지고 주민들이 춤추는 모습과 정체를 의심하는 혜원을 협박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폭발한다. 또한 노을을 등지고 벌어지는 집단 난투극은 지옥은 바로 이곳이다를 알려준다. 이 사람들은 재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일까? 아니면 지옥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일까? 과장되게 연출한 장면들은 모두 빌드 업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 다운 한국 영화를 본 느낌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명화(박보영)가 있는 장소는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장소가 될지 또 다른 지옥이 될지 알 수 없다.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 속에 재난이라는 상황이 접목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영화 속 등장인물 중 나 역시 한 사람일 뿐이라는 현실을 불쾌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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