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인자가 된 소년
액션과 다양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분명 실망하고 또 실망할 영화다. 액션은 사실 예고편 내용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호불호가 강한 영화로 누군가에게 재미있다고 추천하지 못한다.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해도 추천하기 힘들다. 지금의 티켓 비용을 주고 굳이 극장에서 시간과 돈을 투자해 볼 만하지는 않다. 홍사빈 송중기 두 배우의 열연은 집에서 티브이로 봐도 퇴색되지 않을 것 같다. 무저갱에 빠진 인간들의 이야기로 탈출하고자 발버둥 치지만, 끝내 무너진 사람, 구원을 얻은 사람, 자그마한 희망을 희망을 품은 사람을 보여준다. 희망을 말하지만, 이미 지울 수 없는 피 냄새를 풍기는 그에게 가당치 않다.
영화 화란 정보
개봉: 2023.10.11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김창훈
출연: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등
제작비: 40억 원
손익분기점: 100만 명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강렬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나 생각될 정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범죄 영화나 느와르 영화의 틀만 갖추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채업자 치건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연규가 모두 비슷하게 살고 있다는 네덜란드에 꼭 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발버둥 치는 이야기다. 18살 연규 새아버지에게 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사람의 눈을 제대로 못 보고 늘 주눅 들어 있다. 그러나 미친개에게 잘못 물리면 아작 난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연규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밀어 넣으며 파멸의 길을 선택한다.
송중기 배우가 연기한 치건 역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인물로 지옥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연규를 만나면서 나름 따뜻하게 대해주기도 하지만, 근본은 범죄자로 조직에 합류한 이상 더 이상 도움을 주던 형이 아니었다. 배고프면 밥을 먹듯이 어겼을 때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마치 아버지 같은 마음이 연규를 휘감기도 한다. 치건의 과거와 연규의 지옥 같은 현실이 맞물리는 강렬한 이야기가 빛을 발한다. 조직이란 테두리는 그저 연규와 치건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소모품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손톱을 뽑아 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이 영화를 통해 그대로 느껴지기에 그 고통이 떠오를 때 움찔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장면으로 참는 것이 힘들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와 같은 지옥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 연규를 향한 배려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감정적으로 폭발하면서 최악으로 치닫는다. 치건 역시 빠져나갈 수 없는 굴레를 벗어나고자 연규에게 고통을 끝내주길 원한다. 이미 피 맛을 본 연규는 미쳐 날뛰듯이 주듯 들고 소심했던 연규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막기는 힘들었다.
무저갱에서 탈출하는 연규와 하얀의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이미 피 냄새가 짙게 벤 연규는 살인자다. 그렇기에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결말 부분은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