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희망진찰

비행선

읽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 끝내 바뀌는 삶

by 낭만딴따라
하와이


<오후 네시>로 다가온 그녀를 <비행선>으로 만난다. '일상'으로 시작해 '잔혹함'으로 끝나는 그녀의 29번째 소설.


열아홉 살 대학생 '앙주'는 늘 혼자다. 그런 그에게 독서장애가 있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피'의 과외 교사 자리가 들어온다. 부유하지만 자식을 향한 집착이 심해 '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아버지와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 관리하는 게 수집가의 취미라 여기는 우매한 어머니 사이에 갇힌 '피'는 '앙주'와 함께 '읽기'를 통해 출구를 찾는다. 둘의 독서문답으로 '피'는 현실에 눈을 뜨고, 갇혀있지 않는 실제의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결핍을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피'는 타인(아버지)의 억압과 시선을 끊어내기 위해 최종적으로 부모를 살해함으로써 관계의 끈을 끊고 도망친다. 비행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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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요. 나에게는 그게 꼭 필요하니까.
내게는 삶이 없어요. 진실은 바로 그거예요. 아빠, 엄마를 관찰해 보면 그들에게도 삶이 없거든요. 우리 반 애들에게도.... 솔직히 말해, 내 주변에서 삶이 있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해요
손해 볼 건 없잖아. 예를 들면, 아주 아름다운 책들을 읽는 건 모험에 앞서 훌륭한 준비 작업이 되지
젊음은 하나의 재능이지만, 그것을 획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나는 마침내 젏은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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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멜리 노통브를 읽으면 프리다 칼로가 떠오른다. 한 명은 글에서, 다른 한 명은 그림으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데, 묘하게 잔혹하고 선명하다. 그러나 괴기스럽진 않다. 중독처럼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고 계속 그림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노통브는 그나마 유쾌하다. 짤막한 문장으로 어렵지 않게 프랑스 문학을 접할 수 있다. 너무 평범해서 무슨 소설인가 싶을 때에 번개처럼 번쩍이는 한 방이 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물론 질문이라고 캐치할 수 있느냐는 독자의 몫이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그림을 그릴때,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을 그린다'라고 했듯이, 우리도 자신의 눈을 뜨기 위해 문학과 예술을 찾는 지 모른다.



같은 이유로, 연상호 감독의 <얼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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