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무쇠 솥이 검다고 밥까지 검은 것 아니다.

by 낭만딴따라

길을 모를 때는 그냥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야 할 때도 있지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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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부 검사의 18년간의 경험담!


다가가기 어려운 '검사'라는 생활형 직업인 역시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사람과 업무로 치이는 사생활이 있다. 검사란 사람 공부하기 좋은 자리라고 말한 작가가 헛발질하지 않고 사람공부, 세상 공부하며 펴낸 책이다. 드라마와 현실은 항공모함 서너 대쯤 들어갈 만큼의 간격이 있다고 표현한 저자의 엄청난 필력덕에 실제 사건 경험담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며 사건과 법에 대한 친근함까지 가질 수 있다.


'일' 보다 '사람'때문에 살기 힘들 때에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세상의 모습들을 간접 체험하고 위로를 받기를... 검사도 내전을 겪는다. 나도 겪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 살아왔으며, 또 살아갈 것이고 가끔 저자처럼 유쾌한 경박함으로 웃을 지 모른다.



나는 구속할 피의자들에게 조사를 마친 후
믹스 커피를 타준다.
조사가 끝나면 기력이 쇠해져 커피가 당기는데
혼자 먹기 멋쩍어 타주곤 한 것이
의식처럼 굳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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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세 사람만 우겨대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고 했다. 유언비어는 황당할수록, 근거가 없을수록 더 강력해진다... 논리와 이성의 천적은 부조리가 아니라 욕심이다.
진정 용서하고 망각하는 유일한 방법은 응징 혹은 정당한 징벌을 가하는 것이다. 죄인이 적절하게 징벌되고 나서야 나는 앞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 모든 일과 작별할 수 있다.
제대로 충고하려면 애정을 빼고 주저하지 말고, 심장을 향해 칼을 뻗듯 명확하고 고통스럽게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감안해서 애매하게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
단순한 연민은 자신의 선량함을 자랑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식품이 될지 모르나 사회 전체로 보면 오히려 악이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사건 수사에서 바른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상상력이나 고집스러운 아집보다는 성실함 그리고 주변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
무쇠 솥이 검다고 밥까지 검은 것 아니다. 그러니 사람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