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자폐 오빠가 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들이 놀림감이 될까 싶어 꼭꼭 숨겨두는 바람에 종일 그가 하는 일이라곤 먹고 자는 것뿐이라 열세 살임에도 몸집이 씨름선수만 했다.
집마다 대문이라는 게 통로일 뿐 잠금이 없는 게 태반이라 서로 이물 없이 다닐 때도 친구 집은 늘 잠겨 있었다. 어쩌다 그날 문이 풀렸는지 모르지만 낯선 사람의 등장에 친구의 오빠는 잔뜩 흥분했다. 기절한 나를 발견한 마스크 오빠가 덩치를 밀쳐내다 상처가 났고, 나를 들쳐 안고 나온 후 열린 대문으로 나가 버린 덩치를 친구의 부모는 한참 찾아야 했다.
이틀 뒤에야 거지꼴이 된 덩치를 찾은 친구의 부모는 이 모든 게 마스크 탓이라고 했다. 마스크가 문을 따고 들어와 온전치 못한 아들을 놀리고 상처 냈으며 때마침 들어온 나를 해코지하려다 잘 안되자 집에 데려다 놓고선 마치 자기 아들 때문인 양 소문낸다고 했다.
나의 엄마, 아빠는 딱히 그 말에 동조하지 않았다. 약한 딸이 유독 잘 놀라는 걸 알거니와 마스크가 그렇게까지 패악스러울까 싶어 조용히 지나가길 원했다. 나를 찾아온 친구는 마스크 오빠 때문에, 자신의 오빠가 미움받는다며 한참 동안 소리 내 울었다. 나는 친구의 유난스러운 울음을 보기만 했다.
여전히 하얀 덩치가 침 흘리며 달려오는 꿈을 꾸었지만,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작은 동네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친구의 부모는 분을 삭이지 못해 마스크 오빠를 찾아가 강제로 마스크를 벗기려다 몸싸움이 났다. 죄짓고 도망친 놈이라며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이번엔 자가용이 아닌 경찰차가 저녁 내내 현란한 경광등을 비췄다. 마스크 오빠와 친구 부모, 나의 엄마, 아빠, 담배 가게 아저씨가 차례로 경찰서에 불려 갔다.
동네 사람들의 등쌀에 못 이긴 담배 가게 아저씨는 결국 마스크 오빠에게 일 년 내내 마스크를 쓰는 이유가 정말 언청이여서 그런 건지 동네 대표들 앞에서 벗으라고 통보했다.
인정사정없는 서울의 추위는 야멸찼다. 방학이 며칠 남지 않은 늦은 아침, 날 선 바람에 잔뜩 웅크리고 심부름으로 대문을 나서다 모퉁이 한쪽에 먼지가 잔뜩 낀 붉은 인형이 괴어진 걸 보았다.
개학 날, 전봇대엔 똥개 몇 마리만 어슬렁거렸다. 친구와 덩치의 가족은 개학 전에 이사했다. 마스크 오빠는 아저씨에게 통지를 받은 다음 날, 원래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처럼 방을 깨끗이 비우고 마지막 방세를 넣은 편지 봉투를 놓고 사라졌다. 봉투 겉면엔 ‘감사합니다’라는 글씨가 삐뚤삐뚤 그려져 있었다.
담배 가게 말에 따르면 신문 배달을 하던 마스크는 주말마다 막노동했다고 했다. 우리가 궁금해한 자가용과의 인연은 잘 모르지만, 확실히 깊은 관계인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혼자 사는 데엔 필시 사연이 있지 않겠냐며 뒤늦게 공부를 하려고 돈을 모으던 그가 한 번도 방세가 밀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입술 가운데가 완전히 벌어져 발음이 새는 통에 늘 말보다는 고개를 꾸벅였다고 했다. 이따금 들리는 흐느낌은 겨울바람에 흔들린 샤시 소리가 분명하지만 동네 사람들의 뜻을 전한 날 밤은 확실히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한 달에 두어 번씩 얻어먹은 달곰한 사이다를 떠올린 아저씨는 입맛을 다셨다. 그날은 우리가 핫도그를 먹었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