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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아미 Oct 27. 2021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모든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라는 이야길 자주 했다. 그러면서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명확한 꿈을 꿀만큼 좋아하는 일도 경험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상황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당신도 가만히 노트에 적어보라.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지. 특히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적다 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그럼 그중에서 당신의 진정한 꿈은 무엇인가? 바로 답이 나오는가? 당신이 만약 육아맘이라면, 하던 일도 그만두고 집에만 메어있는 신세인데 꿈 타령이나 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로밖에 안 들릴 것이다. 게다가 하고 싶은 일은 이렇게 많은 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쓰던 볼펜을 집어던지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내 과거가 딱 그런 모양새였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억눌려 살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 절망하는 삶. 마음속으로는 가난한 가정환경을 탓하면서 겉으로는 씩씩한 체했다. 


‘부동산경영과’가 있는 전문대로 진로를 정하던 때도 그랬다. 등록금조차 없었지만, 학자금에 생활비까지 전부 대출을 받았다.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돈 때문에 진로를 정했다.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공인중개사였는데, 우리는 한 채도 없는 집을 몇 채씩 갖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겉으로는 평소 관심 있던 분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등기부등본이 뭔지도 몰랐으면서 막연히 부동산을 배우면 부자가 될 것 같았다. 가난이 지긋지긋하게도 싫었고 미친 듯이 부자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 그런 내 욕망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은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 여유는 없었지만, 행복하게 자란 씩씩한 사람으로 소개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자존심을 지키는 가장 못난 방법이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하고 싶은 건 바로바로 도전하는 멋진 삶을 살고 있다. 과거 조울증을 극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은 더더욱 아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육아에 치여 하루하루 답답한 세월을 보냈으니까. 


그 시절 나에게 누군가가 나타나 ‘자,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적고, 꿈을 찾으세요’라고 했다면 참 어이가 없었을 텐데. 지금 난 매일 엄마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언제까지 육아만 할 수는 없다고. 

꿈을 찾으라고. 


인스타그램이든 다른 온라인 비즈니스든 ‘엄마’들이 도전하는 이유는 거의 일맥상통한다. 바로 아이 때문이다. 아이를 낳으려면 휴직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 육아를 위해 적어도 몇 개월 많게는 수년 동안 하던 일을 멈추게 된다. 경력이 단절된다는 표현이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음 경력을 준비하거나,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것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우울해하지 말자. 평소 자주 입으로도 말하고 마음으로도 늘 되새기는 말이 있다. 


바로 덕분에다.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육아 때문에 하는 접근으로는 어떤 긍정적인 상황도 오지 않는다. 엄마가 된 덕분에, 집안일을 한 덕분에, 아이가 자라고 있는 덕분에 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경험한 모든 것이 커리어가 되거나 돈이 된다. 


성장이 멈추는 시기가 아닌 어마어마한 성장을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 된다.






나 또한 첫째를 낳고 심한 산후우울증이 왔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호르몬의 변화가 심한 시기라서 누구든 이런 시기가 온다. 호르몬 탓도 있지만, 우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수면장애다. 5시간만 푹 자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로 첫째 아이는 잠을 짧게 자는 편이었다. 백일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던데 생후 6개월이 지나도록 밤새 푹 자는 날이 없었다. 덩달아 나도 몇 개월 넘게 제대로 숙면을 하지 못했다. 


수면 부족에 신경은 늘 곤두서 있었고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밤 울다시피 지내던 어느 날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다시 조울증이 찾아오면 어쩌지.’ 하루라도 빨리 이 우울감을 벗어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수년간 경험으로 터득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 가장 좋은 법은 역시 독서였다.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힘든 날에도 서점을 찾으면 말짱해졌다. 다시 책을 읽기로 했다.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도 같다.
- 키케로 



영혼을 다시 채우는 기분으로 책을 읽으며 정신을 차려 나갔다. 잠시 멈춰있던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한 시기도 이 무렵이었다. 아이를 갖기 전엔 매일 책을 읽고 1년 동안 100권 읽기도 성공했던 나였다. ‘언제까지 육아만 하고 살 수는 없어. 다시 꿈을 찾을 거야.’ 호르몬의 노예가 되지 않고 하루의 주인이 되어 살기 위해 애썼다.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억누르며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은 눈물나게 감사한 삶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로 했다. 


'모든 것이 되는 여자'라고 스스로를 불러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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