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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an Sep 04. 2019

뮤지엄 테라피 : 디어 브레인

테라피 맞아?


이번 글은 KMCA(K현대미술관)의 목적/취지를 소개로 시작합니다. 글의 작성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 시작.


K현대미술관은 뛰어난 접근성과 거대한 공간을 자랑하는 관람객 친화적인 미술관입니다.
본 미술관은 현대사회와 동시대 이슈를 반영하는 국내외 주요 작품을 다루는 수준 높은 전시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관객들이 현대미술을 깊이 이해하고 동시에 즐겁게 관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K현대미술관은 대중을 위한 행사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다채롭게 선보여 문화를 선도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출처 : KMCA 홈페이지


위 글에서 ‘뛰어난 접근성’, ‘거대한 공간’, ‘현대사회와 동시대 이슈’, ‘수준 높은 전시’,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관객’ 등 여러 포인트들은 집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이번 전시로 달성한 것은 반절 정도인 듯싶다. 왜 그런지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참고로, 이 글은 ‘왜 갑자기 다들 전시에 열광할까’ 글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되었던 추후 이야기이다.


수직도 안(못) 맞추는 나의 사진 실력.


체험적인 전시였다.


이번 전시는 교육적이거나 배움의 전시는 아닌, 체험적이고 활동적인 전시를 목표로 한다. 그만큼 교육적인 전시와는 관람객도 다르고, 그들의 태도와 마음가짐도 다르다. 기존의 미술관이 클래식하다 하면, 이런 전시는 트렌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슈트를 입는 것과 캐주얼하지만 멋을 부리는 차이? 또 말도 안 되는 비유를 갖다 붙이지만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위에 언급된 글을 읽어보았더라면 왜 이런 체험적인 전시가 늘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나의 뇌피셜적인 이유도 알 것이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취미생활을 찾는 일반인들의 니즈, 이를 잘 갖추고 있는 미술관, 그리고 역시나 돈이다. 관람객 이즈 머니. 그럼 디어 브레인 전시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해보자.


돈은 항상 옳다!



사진을 위한 놀이터


우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바로 '놀이터'와 같다는 것이었다. 전시 주최 측에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놀이터와 같이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일단 이 콘셉트는 잘 지켜나갔다.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웃고 떠드는 모습은 확실히 경직된 전시와는 달랐다. 작품의 색감이나 풍기는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비슷하고 벽의 드로잉도 작품 사이사이에 있어 작품끼리의 명확한 구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이쪽으로 가!"라는 명확한 동선이 없었다. 또, 공간 내부의 구조 기둥을 제외하고는 벽이 없어 대부분 오픈된 공간이었으며, 내부에 관리자나 스텝이 없어서 무얼 하던 크게 눈치가 보이지 않기도 하였다. 확실히 놀이터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란 것은 확실했다.


전시장 내에서 사진이 이쁘게 잘 찍히는 구도나 색을 많이 사용하였다. 특히 네온. 아무래도 색이 강하다 보니 일상적인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인스타그램의 그 ‘힙’한 감성이 묻어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작품 자체를 포토존으로 만들어놔서 다양하게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는 메리트로 다가갈 것이다. 아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태프들끼리 사진을 찍어보면서 하나 둘 수정했을 듯하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계신 관람객분들. 얼굴 정면이 나온건 아니니 모자이크는 안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표 판매 또한 제한적이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예매할 수 있었다. 어떤 곳은 자체 매표소에서만 티켓팅이 가능한 곳도 있는데, 다양한 예매처와 루트를 통한 표 구입은 전시 관람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으로도 보였다.


'뮤지엄 테라피 디어 브레인'은 전시 이름답게 시각적인 전시에서 벗어나 공감각적 체험 전시를 목표로 하였다. 오감을 자극하여 바쁘고 지친 관람객의 뇌를 잠시 휴식하게 해 보겠다-는 취지이다. 같이 주는 팸플릿을 보면 확실히 무언가 콘셉트를 잡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호르몬에 대해 설명한다든지, 어떤 부분에서 무슨 호르몬이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그저 텅 빈 공간에 "옜다 놀이터다!"라고 꾸며 놓는 것보다 콘셉트를 잡고 의미를 전달하려 노력했음은 칭찬할만하다.



자, 그럼 진짜 하고 싶은 얘기로.


이제 칭찬은 어느 정도 한 것 같으니, 안 좋았던 부분에 대해 논해보자. 당연하게도 아래 나올 내용이 위 긍정적인 내용보다 더 길다.


넓게 얘기해서는, 위에서 말했던 목표와 설정이 보였으나 이들은 부족한 부분에 가려질 정도로 준비가 덜 된 전시라고 느꼈다.


먼저, 앞서 놀이터 같다고 하였었다. 하지만 너무 놀이터 같았지 전시라는 느낌은 들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이 느낌을 주는 데에 한몫한 것이 미술관 자체 제작한 설치물들이 많다는 점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서 설치물을 제작, 배치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이 것들이 전시된 작품들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작품을 돋보이게 전시하지 못했거나 설치물들이 너무 작품처럼 보였거나인데, 이 전시의 경우 둘 다 해당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주인공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조연이 주연보다 영화 출연을 훨씬 오래 한 것과 같다. 마치 엔드게임에서 조 루소 감독 출연 시간이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두 영화에서 버키의 출연 분량보다 많은 것처럼.

전시 이름이 '뮤지엄 테라피 : 디어 브레인 展'인데 여기서 展을 뺐다면 그나마 괜찮지 않았을까 한다. 차라리 전시라는 이름을 빼고, 자체 제작으로 준비한 콘셉트에 맞추어서 전시가 아닌 아주 색다른 경험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한다. '전시'라는 타이틀이 소모적으로 쓰였다는 느낌이었다.


어디까지가 작품이고, 어디까지가 설치물인가.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네온의 사용이다. 이쁜 사진이 잘 나오고 관람객들도 사진을 많이 찍게 유도하는 장치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네온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생각해보면, 기억에 크게 남는 것이 없었다. 작품 선정을 주제와 콘셉트보다는 일단 네온을 사용한, 사진 찍기 좋은 작품 위주로 선정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네온의 남발은 결국 다른 조명을 죽이고, 네온이 없는 작품을 죽였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저 밝고, 화려한 느낌의 공간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상당히 자극적인, 시안성이 좋지 않은 조명이기에 작품 설명도 읽기 힘들었어 앞서 말한 '전시'와는 더욱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결국 작품은 안 보이고 꾸밈만 보이는 그런 공간이었다.


조명 때문에 읽기도 힘든데, 글씨도 작고 종이 상태가 말이 아니다! 이럴거면 그냥 떼는 것은 어떨까?



이게 제일 문제였지!


그렇다면 전시 공간보다 콘셉트 - 놀이터 말고 - '브레인 테라피'는 어땠을까? 사실 공간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부분이다. 공간이야 체험과 놀이터를 원하는 미술관 측, 그리고 결국 나름의 성공한 관객 유도가 있으니 비판을 하여도 완전히 실패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뮤지엄 테라피 : 디어 브레인'이란 것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착한 후 예매를 확인하면 한 팸플릿을 주는데, 거기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왜 이런 이름의 전시인지, 어느 공간에서 어떤 자극을 주어 어떠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었다.

여기서 1차적인 문제. 관람 직전에 많은 양의 정보를 주어 정작 전시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들어간다. 들어가서는 말했던 것처럼 글을 매우 읽기 힘든 환경이다. 결국 대충 훑어보고 전시 관람을 마친 후에 책자를 읽을 수 있는데, 전시와 책자와의 큰 연관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입장 전에 충분히 숙지한다면 그런 부분에 조금 더 집중을 해서 보았을 수 있었겠지만, 그 시도조차 제대로 못하는 환경이라 느꼈다.


저 부분이 거울처럼 반짝이면 좋겠는데 반사도 안되고, 그저 너무 저렴해보인다. 저어기 중국에서 가짜 루이비통 지갑을 사는 느낌.



공간은 브레인 필라테스, 요가, 피트니스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 긴장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공간, 조용한 명상의 공간, 오감을 사용하는 공감각적인 공간을 내세운다. 어느 정도는 이를 토대로 만들었지만 콘셉트를 억지로 짜낸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긴 하지만 네온사인의 밝은 빛과 정리되지 않은 공간 때문에 오히려 다른 평소에 못 느끼는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조용한 명상을 해야 하는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너무 다채롭고 밝은 색 때문에 명상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쉼보다는 액티비티에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오감을 자극하는 곳이었는데, 소리는 너무 작고, 후각은 애매했다. 시각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자극을 주고 있었고, 촉각 정도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추가되었다. 오감이 아니라 이감만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호르몬도 어디에서 어떤 종류가 분비되어 우리에게 이러저러한 효과를 준다-라고 되어있는데, 체험 후에 느낀 것은 과연 분비가 되기는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뿐이었다.


쌀로 느끼는 촉감. 촉감보단 시각적인 부분이 너무 강하긴 하지만, 느껴지긴 하니까 오케이.


결국 이번 전시는 콘셉트적인 부분에서는 실패라고 생각된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아무리 나같이 비판적인 사람이라도 이 정도로 느끼게 하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런 생각이 든다 - 1) 너무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아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마감 시간에 쫓기었고, 2) 콘셉트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성공하지 못하였으며, 3) 놀이터와 브레인 테라피라는 두 개의 큰 주제 사이의 접점을 너무 가볍게 잡아 전자에만 너무 무게가 실린 느낌이었다. 마치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학생이 머릿속에 생각과 아이디어는 많은데 몇 개를 포기 못하고 모든 것을 다 보여주려고 끙끙대다가 마감 시간에 쫓겨 아이디어 간의 공통점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급히 마무리 지은 느낌이었다. 기획을 담당하신 관장님께는 죄송하지만, 무언가가 학생의 작품을 벗어나지 못한 기획이라고 기분이었다. 이 기획이 미술 전시라고 생각하면 10점 만점에 3,4점을 주어야 맞겠다. 하지만 그저 체험의 공간이고 놀이터라 생각하면 7점까지는 줄 수도 있겠다. 단, 테라피라는 억지 콘셉트를 아예 버린다는 가정 하에. 이유는 이번 전시의 특성상 대중과 전시의 문턱을 낮추는 데에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전시였고, 아이디어는 더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가벼운 경험을 만원을 웃도는 가격을 지불하길 꺼려한다면 전혀 추천하지 않는 경험이다.


당신의 소중한 돈을 지켜주는 슈퍼-맨!



+ 작품까지는 아니지만 공간의 보존 상태가 썩 좋지는 못한 것도 한몫한다. 바닥에 붙어있던 종이는 뜯어지고 넘어질 뻔하였다. 아직 미술관 내에서 팀이 정확하게 분리되지 못한, 전문화되지는 못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었다.


찢어지고 난리났다. 걸려서 넘어질뻔한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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