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세연 Sep 26. 2018

단테의 신곡 두 번째 모임

띵북의 한 줄 평과 별점은요~?

- 일시 : 18/9/ 22 토, 주말 오후 2시
- 참석자 : 비종교인 5인(1명은 반 정도는 종교인)
- 주제 / 책 제목 : 종교 / 단테의 신곡 이어서
Think Hard Book Club(띵북) 한 줄 평


단테의 신곡 마지막 날이었다. 책모임에서 처음으로 택한 고전이었기에 읽을 때에도, 모임을 나누면서도 부담이 컸다. 이러한 세기의 고전을 읽으며 나도 뭔가 삶과 죽음에 대한 지혜를 깨우쳐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마음에도 안 다가오는데, 설마 나만 이런가? 따위의 질문들을 마음에 품고 멤버들을 만났고 역시 이 혼란 속에서 내가 혼자가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어 감사했다. (멤버들 사랑해요)


정화의 공간, 연옥

이번 모임은 '연옥 편 과 천국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테의 사후 세계에서 죽은 자들은 지옥을 지나 '연옥'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칠 시간을 갖는다. '지옥' 이 형벌의 공간이라면 '연옥'은 정화의 공간이다. 오만과 자만, 태만, 탐욕 등 연옥의 일곱 가지의 죄를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죄의 양상과 유사한 육체적 형벌을 받고 그를 통해 죄를 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만과 자만을 범한 자들은 벌거벗고 무거운 돌을 지며 가파른 길을 오르는 벌을 받는다. 마치 절을 하듯  남보다 낮은 자세로 허리를 숙이는 형벌은 생전에 그들이 갖추지 못한 겸손의 태도와 닮았다. 지옥보다 형벌의 수위가 약간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괴로워 보이는 이 육체적 형벌을 보며 첫 번째 발제가 던져졌다.


죄를 씻기 위한 연옥에서 인간은 왜 하필 신체의 고통으로 벌을 받을까?

기독교의 메시아 예수는 죽음에서 부활하여 진정한 신으로 거듭나기 전, 끔찍하게 처형당한다. 가시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육체의 고난의 순간을 넘어섰을 때 그는 비로소 죄 많은 인간의 육신을 벗어던지고 천상에 올라가 신이 되는 것이다. 연옥은 이러한 기독교의 서사를 그대로 닮았다. 원죄를 지닌 인간(예수)은 고통이라는 단계(십자가에 못 박힘)를 거쳐야 비로소 깨끗한 영혼이 되어 천상으로 올라갈 자격(부활)을 갖추는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의 공통된 요소가 메시아의 삶과 사후세계에 적용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충만한 천국

연옥 이후 천국은 그야말로 빛의 세계이다. 모든 한계와 개인은 사라지고 눈 부시게 쏟아지는 빛으로 모든 것이 하나가 된다. 지옥은 상상할 수 있는 범주의 구체성을 띈 반면 천국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충만함을 표현했기에 멤버들은 모두 '몇 번이고 읽어도 이 천국을 정확히 그릴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신자들이 말하는 '영적 체험, 신과의 일체감' 이 비슷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는 비신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범주인 게 맞는 것이겠지. 단테가 하고자 했던 게 '범인이 이해할 수 없는 경지'인 찬란한 빛과 통합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했다면 성공이다. '지옥만큼 구체적으로 천국의 행복함을 묘사하여 사람들에게 천국에 가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편은 어땠을까?'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러한 동기로 인하여 꾸며내는 삶 자체가 기독교에서는 죄악이 될 테니 이러한 모호함이 최선이었다로 정리했다.  


혼자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책을 완독 한 것, '신곡' 책 내용에만 머물지 않고 다방면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책에 대한 흥미와 이해도를 높인 것(각자가 생각하는 사후 세계, 연옥의 신체적 고통에 대한 의미, 후회에 대한 개인적 경험 및 대처 방안까지)이 좋았던 모임이었다. 그리고 이번 모임부터 책의 한 줄 평을 적기로 했다. 멤버들이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압축적으로 알 수 있어 즐거웠다. 혹여 브런치를 찾아온 독자들에게도 책을 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단테의 신곡 모임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비종교인 4인이 읽은 단테의 신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