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 형식의 글이라 내 글과 동생의 글이 하나씩 짝지어 있긴 하지만 완성한 순서대로 글이 놓여있을 뿐 통일된 흐름은 없었다. 책으로 묶기 위해 각 쌍의 글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순서를 정하고 가능하면 각 글들을 중제목으로 묶는 것이 좋다. 중제목으로 묶이면 각개의 글들이 어떤 흐름을 타서 흘러가고 있는지 결이 생기기 때문이다. 각 글들이 그 전에는 바닥을 굴러다니는 돌멩이 1이었다면 갈무리해서 잘 꿰는 순간 하나의 목걸이(책이라는 유기체)를 이루는 구성요소가 된 느낌이다.
우리가 지은 중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PART 1 : 둘 다 1인분은 하고 있습니다만,
PART 2 : 만만히 덤비지 말고, 섣불리 때려치우지 말고,
PART 3 : 사적인 나를 구축하는 건 중요해.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할 때, 정 반대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우리의 일과 생활이 드러날 수 있는 키워드를 공동으로 뽑았다. 그리고 각 키워드 아래 1~3개의 글이 탄생한다. 한 명이 먼저 시작하면, 다음 주자가 그 글을 읽고 응답하는 식의 교환일기 구성이기 때문에 때로는 2개, 때로는 3개다. (때로 한 사람의 마음에만 든 키워드가 있을 경우 1개의 구성인 경우도 있다)
분명 키워드를 뽑을 때에는 '아마 이 키워드에는 어떤 내용의 글이 쓰이겠군.'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글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그 기대는 어김없이 배신당한다.(왤까? 내 의식의 흐름은 정말이지 예측불허인가 보다.) 그러다 보니 완성 후, 그를 어떻게 묶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원고를 통째로 읽어나가며 회의를 거듭했다. 읽다 보니 크게는 '일과 삶'의 두 파트로 나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세 파트로 나누는 게 좀 더 안정감 있을 것 같아 '일'을 두 개 파트로 쪼갰다.
그리고 개별의 글에서 좋은 문장을 인용해 중제목을 정했다. 자랑스럽게도 내 글에 속한 문장이 2개나 뽑혀 기분이 아주 좋았다. (PART 2와 3의 문장이 바로 내 글 속에서 뽑힌 것!)
그리하여 아래의 목차가 탄생했다. 키워드만 주욱 늘어놓았을 때보다 한 결 통일감이 생기고 책다운 모양새가 나온 듯하다. 나는 책을 사기 전, 목차를 훑고 그 책이 나와 맞을지 가늠한다. 우리가 공들여 만든 목차도 여느 독자의 마음과 통하는 부분이 있길 부디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