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과 사막
고비사막에 다녀왔다. 멀리서는 작아보였던 사막이 가까이 가니 이렇게 거대할 수가 없었다. 모래 언덕을 올라가는 일이 녹록치가 않았다. 두 손 두 발 다 사용해서 정상에 가까스로 올라보니 귓구멍에서도 모래가 흘렀다. 바람이 불면 자잘한 모래가 옷으로 덮지않은 살갗을 때려 따가웠다. 그렇게 고생해서 올라간 모래산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은 거대하고 황량했다. 그 황량함이 막막해 아름다웠다. 지는 해를 바라보면 왠지 생겨나는 그리움과 막막함이 사막에도 있었다. 수없이 많은 석양들이 모여 사막이 된 것 같았다. 어린왕자가 의자를 뒤로 당겨서 하루에 몇번이고 바라본 석양, 그가 지구의 사막에 왔더라면 석양을 바라볼 때의 표정으로 사막을 한동안 바라보지 않았을까. 바라보고 있으먼 저물어가는 쓸쓸함의 정취가 어느새 얼굴에도 옮겨가는 그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