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말을 돌보다, 수사제기

말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

by 바나나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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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에 메아리가 울리듯, 사람의 말은 그의 마음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를 넘어 한 인간의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창문이다. 그래서 동양의 현인들은 말을 다루는 방식이 곧 자신을 다루는 방식이라 여겼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말에 주저하고 행동에 민첩하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라 했다. 이는 말을 신중히 하되 행동은 빠르게 하라는 가르침이다.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지혜는 여전히 빛난다. 오늘날 소셜미디어와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시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말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자신의 말을 돌아보는 '수사제기(修辭齊己)'의 자세가 필요하다.


송나라 주희는 "말은 마음의 소리(言者心之聲)"라 했다. 혼탁한 마음에서 맑은 말이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말을 가다듬는 것은 마음을 가다듬는 것과 같다. 때로는 침묵이 최고의 말이 되기도 한다. 노자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고 했다. 깊은 지혜는 때로 말의 절제에서 드러난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 『명심보감』에서는 "말은 마음의 문이요, 행동은 마음의 종이다(言者心之門, 行者心之奴)"라 했다.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보여준다. 매일 투정과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의 마음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반면 감사와 칭찬의 말을 주로 하는 사람의 마음은 풍요로움으로 채워져 있다.


말의 품격을 높이는 일은 곧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하루에도 수천 마디의 말을 쏟아내는 현대인들에게 '수사제기'는 단순한 교양이 아닌 삶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 중용의 길을 걷되 때로는 과감히 침묵할 줄 아는 지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 그리고 자신의 말이 만들어낼 파장을 고려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장자는 "큰 말은 시끄럽지 않고, 큰 그림은 형태가 없다(大音希聲, 大象無形)"고 했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말은 요란하지 않으며, 깊은 뜻을 담은 말은 종종 간결하다. 말을 품은 사람은 말의 무게를 알고, 사람을 품은 말은 그 깊이를 안다.


말과 사람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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