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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Aug 01. 2023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이

지루했던 장마가 끝이 났다. 축축 늘어진 공기는 만사를 늘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더워지지는 않았지만 세상에 비를 뿌려 모든 것을 헤집어놨다.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냥 쏟아질 뿐이다. 우리의 감정은 세상의 큰 흐름에 비하면 헤아릴 것이 되지는 못한가 보다. 


내 마음에도 한동안 소나기가 퍼부었던 것 같다. 이제 좀 마르려나 싶었는데 그새 비가 내리고 비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 따위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상은 늘 그렇게 요동치며 흘러갈 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단해져야 하는 마음뿐이다.


비가 내린 후에 땅이 더 굳어진다 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바싹 말려버릴 듯 태양이 뜨겁니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푹푹 찌는 날이 계속될 것 같다. 굵은 빗방울에 상처를 입은 것도 잊은 채 땅은 다시 평평해지고 점점 단단해져 갈 뿐이다.


내 마음도 상처와 회복 속에 더욱 강해져 간다. 견디지 못할 줄 알았지만 그렇게 버텨가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란다 인생은. 신이 말했을 법한 말이다. 


비가 올 때면 나를 더 돌아봐야 한다. 비 피해가 없을지 사방을 점검하는 것처럼 마음에 비가 내릴 때면 스스로 잘 돌봐야 한다. 아픈 마음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자주 돌아봐줘야 한다.


어쩌면 또 소나기가 내릴지도 모른다. 부지불식간에. 마치 어제 잠시 내렸던 스콜성 소나기처럼 그렇게 쾅쾅 내리칠지도 모른다. 가끔은 우산을 들지 말고 비를 맞아보고 싶다.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되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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