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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Sep 05. 2023

정서적 안정감에 대해

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대학 진학을 위해 전공을 살펴보다 눈에 띈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심리학이었다. 물론 심리학으로 지원했던 그 학교는 떨어졌지만 지금까지 심리학을 탐닉하는 것을 보면 단순한 관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공까지는 아니지만 몇몇 코스를 통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책도 꽤 많이 봤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다. 보통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최근에 만난 팀원들은 우울증과 공황으로 꾸준히 약을 먹으면 안 된단다. 한 명은 결국 회사를 떠났고, 다른 하나는 불안증으로 나 역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마음 아파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최근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경계성 인격장애 판정을 받았고 계획하지 않은 이별을 경험 중이다. 사실 이게 이별인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아주 좋아해서 따르던 형도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았다. 그런 부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정도로 성격이 극단적으로 변화할 줄은 몰랐다. 내가 좋다고 5년 만에 연락했던 그녀 역시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않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도 경계성 인격장애가 아닐까 한다. 오랜 시간 친분을 나눴던 나의 은사 역시 신경 안정제를 먹을 정도로 삶이 버거운 사람이었다. 아, 또 있구나. 나를 떠난 나의 엑스는 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워커홀릭, 알코홀릭으로 살아간다. 그래야 그 사람은 평안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 해결에 너무나 집중한 나머지 남의 상황이나 입장 따위는 고려할 여유가 없다. 결국 상처받는 것은 나더라.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점점 더 병적 심리학에 대해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어가는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또한, 왜 내게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날까도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일들은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아마 그들이 그렇게 이상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정도 불안함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물론 내 착각이지. 그들은 치료가 필요했다. 나의 배려와 이해가 아니라.



책을 파면 팔수록 어린 시절의 정서적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조건 없는 사랑은 어린 시절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 조건 없는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평생 정서적 불안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 나의 어린 시절은 충만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자라지는 않았지만 아버지, 어머니의 신뢰 속에 자랐다. 물론, 이것도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이다. 내가 얼마나 안정된 유년기를 보냈는지 말이다. 그 점에 대해서 우리 부모에게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다소 내향적이고 자신감이 마구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낮은 자존감, 열등감 같은 것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으니까 말이다.



만약 내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3-4년 간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품어주리라 다짐한다. 하나의 생명이 지구에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온전한 부모의 사랑과 정성이 필요하더라. 대부분은 그것을 모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것 같다. 가정이 불안하면 한 인간의 인생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삶이란 쉽지 않구나. 우리가 눈 감을 즈음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게 인생이라지만, 인간은 너무도 세상의 이치를 모른 채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불안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다. 그들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부족한 환경이 만들어낸 깊은 상처일 뿐이다. 평생 지고 갈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 연민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형태로든 그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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