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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스플릿 Aug 29. 2023

대운을 기다리며

사람마다 잘 되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공부에 운이 따르고, 누군가는 직장을 옮기는데 운이 따른다. 누군가는 먹을 복이 있어 가는 곳마다 맛있는 것이 넘친다. 인간사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을 꼽아보자니 자식복, 남편복, 와이프복도 있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자신만의 복을 하나 두 개쯤 가지고 있다.


나는 먹고사는데 문제없을 복을 조금 타고난 것 같다. 그렇게 부자로 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빌어먹을 인생도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다 하고 살아왔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보다는 감사할 일이 더 많다. 그럼에도 잘 안 되는 것도 있다. 사람을 만나는 일. 그중에서도 내 인생을 함께 걸어가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만나는 일이 나는 어렵더라.


결혼을 하고는 잘될 줄 알았다. 서로 의지하고 보듬으며 그렇게 잘 살아갈 줄 알았다. 누구나 그런 인생을 꿈꾸는 법이니까. 외로움과 괴로움을 이겨내는데 친구 같은 반려자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삶을 영원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더라. 함께 찾아오는 불행과 행운을 번갈아 맞이하며 참아내는 것이다. 대부분은 불현듯 길어진 불행의 순간에서 관계의 끈을 놓치게 된다. 결국 나도 그렇게 됐다.


결혼에 실패한다는 것은 내 사전에 없었다. 어떻게 되었든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내 계획이었다.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없으니 그 정도는 참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싶었다. 문득 그 사람이 나를 떠나가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텅 빈 공간에 혼자 남아 숨 쉬는 것이 지옥불 같을 줄은 정말 몰랐다. 그렇게 2여 년간 긴긴 어두움의 터널을 터벅터벅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헤어지고 나면 더 좋을 줄 알았다. 훌훌 털어버리고 나면 더 좋은 사람과 행복해질 것 같았다. 다행히 그럴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나도 행복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결국 나는 또 상처받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싶었던 그 하나가 결국 내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더라. 정말 안되는구나 싶었다. 정말 여자 복이 없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계속 꼬여 간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나니 점점 사람과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순수한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기보다 의심으로 시작한다. 또 그렇게 돼버리는 건 아닐까. 아 결국 그렇게 되어버릴 거야. 그리곤 결국 그렇게 되어간다. 말하는 대로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여자 복이 지지리도 없다고 늘 상기시켜 주는 것일까? 신이 있다면 대답해 주길 바란다.


더 이상 안 되는 것에 미련을 갖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런 운이 발달하지 않았으면 그냥 포기할 줄도 알아야겠다. 미련을 갖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것은 없다. 차라리 조금 더 운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인생은 사소한 것에 목맬 만큼 여유롭지가 않으니까.


사주에는 대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10년에 한 번씩 온다는 대운은 크게 운명이 바뀌는 시기라고 들었다. 그래도 인생은 공평하구나 잘못된 운도 몇 번 정도는 크게 바꿔준다니. 세상은 어떤 면에서 또 공평하다. 그래도 너무 많이 기대를 걸진 않으련다. 또 상처받기에는 벌어진 상처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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