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직원이 전기차를 샀다. 직원 주차장에 SF 영화에나 나옴직한 차가 있더라니 그의 새 차였다. 말로만 듣던 테슬라였다.
차량의 모델명은 중요하지 않았다. '테슬라'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신문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얼마에 샀느냐. 연비는 어떻냐. 한번 충전하면 얼마나 주행을 하느냐. 그 동료 직원은 수많은 질문을 받아야 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식당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이동 차량은 2대가 편성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그의 '새 차'와 나의 '헌 차'가 임무를 맡았다. 19년식 테슬라와 09년식 기아차는 그렇게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테슬라에 올랐다. 그곳에 오르지 못한 이들, 얼리어답터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 나의 차에 올랐다. 조금 서운했지만 괜찮았다. 실은 나도 그 전기차가 궁금했다.
식당에 도착했다. 테슬라를 탔던 사람들은 시끌벅적 차에서 내렸다. 조용하고 편의성이 극대화되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의 차를 탄 사람은 말을 아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전기차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밥을 뜨며 귀동냥으로 테슬라 전기차의 스펙과 성능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차를 살 계획이 없냐고. 헌 차를 대신할 신형 붕붕이를 장만할 계획을 묻는 거였다. (덜덜거리는 내 차를 보고 걱정이 되었던 걸까?)
내가 대답했다.
"저는 차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요. 차에 돈 들이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돈 아껴서 뭐 하려고요."
"아니 뭐…."
나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입에 있던 음식물을 마저 씹었다. 그 누군가가 또 내게 물었다.
"돈 모아서 할 목표가 있어요?"
그의 질문은, 진지한 호기심보단 친교적 질문에 가까웠다. 여기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돈을 안 쓰는 게 목표예요."
튀어나와 버렸다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나는 순식간에 대답했다. 너무 순식간에 너무 큰 소리로 대답하는 바람에 다른 동료들도 순간 놀란 눈치였다. 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현재의 돈과 시간을 아껴 미래를 준비하는 내게 그 질문이 귀찮았던 걸까. 아니면 주차장에서의 서운함이 폭발한 것일까. 놀란 이들에게 조금은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속이 시원했다.
새로운 차를 뽑았을 때의 으쓱함보다는 오래된 차의 익숙함이 내겐 더 필요한 것 같다.
*퇴근하고 매일,
조금씩 준비하여 책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6개월 간 브런치에 연재한 글을 모았습니다.
**이 책을 준비하며 스스로 행복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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