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브런치가 아닙니다
브런치를 통해 <일간 서민재>를 연재한 지 반년이 넘었다. 구독자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도 출간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니다. 내 삶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매일 글을 쓰려 노력할 뿐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사실 아무도 모르게 브런치를 하고 있다. 백여 명의 구독자 외에 내가 퇴근 후 무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가끔은 나 조차도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응?)
지인들에게 '구독 구걸'을 하면 확실히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구독자도 라이킷도 확실히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내 글을 기다리고 읽어줄지는 의문이다.
아무도 모르게 브런치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일간 서민재>는 일기장에 가깝다. 나의 감정 상태와 삶의 방향을 너무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나 보다 나를 더 잘 보여준달까. 가끔은 직장에 대한 불만과 세상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래서 나의 브런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족, 몇 명의 친구가 전부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내게 ‘아무나’가 아닌 사람들, 내 꿈을 조건 없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일어서는데 익숙한 전화가 왔다. 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의 전화였다. 그는 내게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이었다. 항상 먼저 내게 전화를 걸어주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브런치 잘 보고 있어요.
뜻밖의 인사였다. 브런치를 잘 보고 있다니. 그의 말을 들어보니 다음(Daum)에서 이런저런 게시물을 보다가 우연히 내 글을 봤다고 한다. 글이 좋아서 누가 썼나 봤는데 내 이름과 얼굴이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고. 그래서 안부차 전화했다고.
기쁘기도 했고 겸연쩍기도 했다. 내 글에 찬사를 보내고 나의 도전을 응원해주고 그가 고마웠다. 내친김에 이번에 브런치 글을 모아 책을 낼 거라는 얘기도 했다. 자랑으로 들릴까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진심으로 기뻐해 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내 브런치 계정을 확인했다. 어제 쓴 글의 조회수가 계속 오르고 있었다. 다음 메인에서도 내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 나는 다짐했었다. 개인의 정신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흔들리지 말고 내 갈 길을 가자고. 그렇게 <일간 서민재>를 이어가자고.
아! 하지만 오늘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날이다.
오늘은 일희하고 싶은 날이다.
정말,
마음껏 기뻐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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