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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ul 02. 2020

우울할 때, 난 짜장면을 먹어

기분 좋게 퇴근하는 법

너의 소울푸드가 무엇이냐?


누군가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답할 것이다. 짜장면이라고!


짜장면은 항상 옳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주말에 먹는 짜장면은 여유로움이다. 평일 저녁의 짜장면은 내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검은 면발을 입에 넣으며 내가 퇴근했음을 실감한다.




맛없는 짜장면을 먹어 본 적 없다. 짜장면은 매번 맛있다. 항상 나를 위로한다. 달달하고 미끈하게 내 목을 넘어가 순식간에 위장을 채운다. 단무지로 느끼함을 달래고 다시 검은 면발을 밀어 넣는다.


짜장면은 검다. 그러나 사실 '검정'이라는 말로만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완전한 흑색도 아니고, 짙은 고동색이라 말하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매트 블랙도 아니다. 나는 감히 짜장면의 색을 '오일리 블랙(Oily Black)'이라고 칭하고 싶다.




졸업하는 날, 이사하는 날, 월급 타는 날. 우리는 보통 기분 좋은 날에 짜장면을 먹는다. 짜장면은 한국인에게 특별식이다. 빠르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짜장면은 일종의 파티 음식이다.


특별한 날에 짜장면을 먹는다면, 짜장면을 먹어서 그 날이 특별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우울한 날에도 짜장면을 찾는다. 너무 피곤한 날, 기분이 안 좋은 날, 기분 좋게 퇴근하고 싶은 날. 나는 중국집으로 향한다. 오일리 블랙은 여지없이 나의 혀와 목과 위와 뇌를 만족시킨다. '퇴근 후 중국집'은 음식 하나로 그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특별식으로 스스로를 달래는, 나만의 방어기제 인지도 모르겠다.


밀가루 음식을 먹고 속이 불편함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내게 짜장면은 옳다. 아마 내가 마지막까지 끊지 못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건 분명 짜장면일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짜장면을 먹었다.

아직 속은 더부룩하지만,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퇴근하고 매일,

조금씩 준비하여   권을 만들었습니다.
6개월  브런치 연재한 글을 모았습니다.


**이 책을 준비하며 스스로 행복했습니다.
 책을 읽고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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