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부부는 말이 없었다.
나도 그랬다.
자주 가는 중국집이 있다. 어느 골목 뒤편, 찾는 이가 드문 곳. 분잡하지 않은 중식당이다.
한적한 곳을 좋아한다. 시끄러운 곳은 내게 쉼을 주지 못한다. 아무도 없을 때 아무 말이 없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 중국집은 내게 아지트 같은 곳이다.
근처에 이사 와서도 한참 후에 알게 되었으니, 다닌 지 1년쯤 됐으려나. 주방엔 남자 사장님이, 홀엔 여자 사장님이 있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안면이 있지만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을 뿐 우리는 서로를 묻지 않는다. 오래지 않아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식사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용히 면발을 뜬다. 읊조리는 티브이 소리, 달그락 화르르 주방 소리. 그리고 조용하다. 이 중국집은 말이 없다. 주인 부부의 아들로 보이는, 어린 학생의 핸드폰 소리마저 조용하다.
손님들도 말이 없다. 혼자 온 사람들. 퇴근 후의 남자들. 아저씨. 회사원. 학생. 그리고 나. 우리는 후루룩 거릴 뿐이다.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가세요."
말이 없는 중국집은 결론적으로 내게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이 곳에서 깔끔하게 짜장면 한 그릇을 비우고 만족스럽게 식당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