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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pr 11. 2021

꽃비가 내리던 날

주말 아침. 조금 먼저 일어난 아내 덕에 잠이 깼다. 조금만 더 자야지 하면서 누워 있었는데, 그녀가 흥얼거린 어떤 가사가 머리에 훅 들어왔기 때문이다. 눈도 뜨지 않은 채로 나는 얘기했다.


 "그 노래 진짜 오랜만이다."


이 노래를 알고 있냐며 아내는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이거 김광석 노래 아니야?"


 "아 그런 느낌은 아닌데…."


눈 뜨자마자 우리는 추억 속 그 노래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노래 제목은 '선녀와 나무꾼'. 기억 속 저편에 있는 작은 조각들을 맞추며 리듬을 탔다. 잠이 덜 깨 몽롱했고, 오래전 노래를 들으니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우리는 궁금했다. 아내가 갑자기 이 노래를 떠올린 이유가 말이다.


어느 날 우연히 들은 노래 가사가 한참 동안 머리를 맴도는 경우가 있다. 라디오에서 듣거나, 친구의 흥얼거림 때문이거나, 회식 3차로 들른 노래방에서 듣거나…. 그것이 무엇이든 그 노래를 떠올리게 만든 '기억의 단서'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최근에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나? 아니었다. 친구 중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아니었다. 그럼 노래방에 다녀왔나? 아니었다. 뭐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들었을 수도 있겠다. 부장님의 그 노래를 듣고도, 취해서 기억을 못 할 순 있지만.


노래 가사를 짚어보던 내가 이런 가설을 주장했다.


 "꽃비가 내리던 날! 이 가사 때문에 당신이 떠올린 거 아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고 그녀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이 봄. 꽃비라는 표현을 쓰기 적당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의 건조함을 찾아보기 힘들게 주변이 푸르게 푸르게 변하고 있다. 노랗고 하얗고 빨갛게 꽃들도 피었다.


주변과 꽃과 새싹이 가득한 요즘. 누군가가 세상에 꽃이 가득한 것을 보고 '꽃비가 내리던 날'이라는 가사를 떠올린 것처럼, 이 글을 보는 당신도 봄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조금 더 꽃비가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선녀와 나무꾼 - 김창남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던 날

어느 골짜기 숲을 지나서

단 둘이 처음 만났죠

하늘의 뜻이었기에

서로를 이해하면서

행복이라는 봇짐을 메고

눈부신 사랑을 했죠

그러던 그 어느 날

선녀가 떠나갔어요

하늘 높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저 멀리 떠나갔어요

선녀를 찾아 주세요

나무꾼의 그 얘기가

사랑을 잃은 이 내 가슴에

아련히 젖어 오네요


하늘의 뜻이 었기에

서로를 이해하면서

행복이라는 봇짐을 메고

눈부신 사랑을 했죠

그러던 그 어느 날

선녀가 떠나갔어요

하늘 높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저 멀리 떠나갔어요

선녀를 찾아주세요

나무꾼의 그 얘기가

사랑을 잃은 이 내 가슴에

아련히 젖어 오네요

사랑을 잃은 이 내 가슴에

아련히 젖어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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