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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pr 14. 2021

요새도 글 쓰세요? (1/2)

요새도 글 쓰세요?


시선을 가위에 고정한 채 젊은 미용사가 내게 물었다. 그 앞에는 내가 있었고, 내 앞에는 거울 속 내가 있었다.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거울 속 나를 마주한 채로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 그럼요, 라고 자신 있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스스로 자초한 현실이었다. 나는 죄인인 양 시선을 피했다. 거울 속 나도 나를 피했다.






얼마 전 휴직을 했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글 쓰는 삶이 고되어 휴직을 결정했다. 밥 먹고 글만 쓰면 내 삶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10년 간의 직장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가족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글 쓰고 책 내려고 휴직을 했지만 일이 손에 잘 안 잡힌다고 고백했다. 자꾸만 늘어지는 스스로를 자책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젊은 미용사가 잠시 가위질을 멈췄다.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내 결단에 놀란 건지, 내 게으름에 놀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럼 진짜 오랜만에 외출이겠네요.


미용사는 내 머리가 덥수룩한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 보아왔던 미용사는 아니었다. 말이 많지 않은 그가 좋았다. 적당히 거리를 두는 관계를 지향하는 내게 그는 편안하고 실력 있는 미용사였다. 그래서인지 자꾸 속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부럽다는 말을 남기고 그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처음엔 나도 내가 부러웠다. 마냥 좋았다. 마음껏 글 쓰다가 커피 한잔 마시고, 또 글 쓰다가 편안하게 잠드는 날들을 꿈꿨다. 하지만 직장생활과 누군가 시킨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해진 터라 쉽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어떤 '강제성'이 나를 움직인 동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고 통장의 잔고는 줄어갔다. 기본적인 생활비와 카드값은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만나는 사람은 없고 마음이 불안하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우울증까지는 아니어도 우울감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책의 권수를 더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새 내 뒤에 다가온 미용사가 말했다. 책 한 권으로 홈런을 치는 것보다 안타를 치듯 책 여러 권을 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그럴듯한 말이었다. 최근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더 다양한 책을 써보자. 단순히 '양'으로 승부를 보자는 의미가 아니라 작가로서 '꾸준함'으로 세상과 소통하자는 생각이었다.


미용사도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걸 보니 다시 한번 이거다 싶었다.

다만 실행하지 않는 지금의 내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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