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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pr 19. 2021

요새도 글 쓰세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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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이 맞았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작가로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했다. 책의 권수를 늘린다는 건 결국 집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 걱정은 멈추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에이 잘 되실 거예요.


해보고 안되면 원래의 일터로 돌아간다는 내 말에, 그는 이런 말도 해주었다. 그저 잘 될 거라니. 대놓고 긍정이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추론 따윈 건너뛴 그 말에 묘한 위로를 받았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백번 외치는 것보다 백배는 강한 확신을 내게 주었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요새도 글 쓰세요?


친구들도 직장 동료들도 이렇게 묻는다. 나를 보면 '글'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나 보다. 물론 그들이 나를 '서 작가'라고 부를 때 함께 보이는 옅은 미소에는 나를 놀리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놀림을 받아도 작가라는 말은 너무나 좋으니까.


그렇게 보면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다. 글 쓰는 사람으로 살기, 이것이 내가 몇 년 전부터 그려왔던 꿈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아직 책의 판매량에서 완전히 초연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그건 내 꿈의 본질이 아니다.




머리가 산뜻해지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봄 햇살에 민망하지 않은 모습이 되었다. 사실 방금 전의 덥수룩함은 푸른 햇살과 어울리지 않았다. 거울 속 나는 전에 없이 싱그러웠다. 미용사도 나를 보고 흐뭇해했다.


참 감사했다. 머리를 다듬어 준 것도. 글을 쓰냐고 물어봐준 것도. 오늘은 꼭 글을 써야지 라고 다짐했다. 머리를 다듬으러 오기 참 잘했다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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