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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Apr 23. 2021

바다는 그곳에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바다를 그리워하기 시작한 게.


아마도 그때였겠지.

네가 바다에 가자고 했던 날.

내가 안된다고 대답했던 날.





미루고 미루다 바다로 향했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집을 나섰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고. 그렇게 혼잣말하는 내게 싫증이 났던 것도 같다.


차를 달려 도착한 바다는 여전했다. 여전히 파랗고 넓고 웅장했다. 파도와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 거품이 만드는 어지러운 패턴,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는 모래사장. 이것들 역시 여전했다.


어느샌가 운동화에 들어와 까끌거리는 모래알이 반가웠다. 쉬지 않고 일렁이는 바다가 반가웠다. 말없는 바다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바다는 그곳에 있었다. 내가 찾지 않을 때에도 내가 그리워할 때에도.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다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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