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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Dec 04. 2019

작가 주제에

아무튼 뭔가 지어내야 한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작가라는 사람이 글은 쓰지 않으니 말이다. 어쩌다 책 한 권 낸 주제에, 솜털 같은 작가 타이틀을 이제 막 얻은 주제에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람이다.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


더욱 싫은 건 그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나는 '글 쓰지 않는 작가'이다. 작가라는 호칭만 얻고 글쓰기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다.


말로만 작가, 글 쓰지 않는 작가를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작가란 모름지기 뭔가를 지어내야 한다. 글을 짓던, 사진을 찍던, 그릇을 빚던… 아무튼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지어내야 한다. 그것의 완성도를 떠나 아무튼 뭔가를 지어내야 한다. 따라서 지어내지 않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작가는 단어와 문장의 조합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작가, 글을 쓰는 작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가는 글로써 보여야 한다. 하다못해 하루 10분 글쓰기라도 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당연하지만 실천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최근 이슬아 작가를 알게 되었다.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고 소개하는 이 작가는 <일간 이슬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위해 생각해낸 이 아이디어는 구독자들에게 이메일로 매일 하나의 글을 보내주는 프로젝트이다. 구독자는 월 1만 원에 글을 받아볼 수 있다.


2018년 <일간 이슬아> 창간호 포스터. 출처=한겨레


'짧지도 길지도 않은 수필을 한 편당 500원에 만나보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스스로 독자를 찾아 나선 아이디어도 인상적이고,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당당하게 내 건 패기도 인상적이다. 물론 글 자체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는 모습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동시에 자책했다. 과연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맞긴 한가? 그는 내게 울림과 반성의 기회를 주었다.


<일간 이슬아>의 일부를 묶어 책을 내기도 했다. 그녀의 책 서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매일 용기를 내서 썼다.


나는 잠시 이 문장에 머물렀다. 내가 그동안 글쓰기를 미뤄온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자기 합리화를 했고, 나만 글쓰기에 두려움을 가지는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냈던 용기는,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커버 사진|

Pixabay




*부족하지만 <일간 서민재> 연재를 시작합니다. 작가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아무튼 뭔가 쓰려 합니다.

*매일 또는 격일 간격으로 쓰려 합니다. <일간 서민재>지만 <격, 일간 서민재>가 될지 모릅니다.

*구독은 무료입니다. 후원은 라이킷과 댓글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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