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채우다-
혼자 지낼 때,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는 창문 밖의 날씨는 그냥 ‘날씨’였다. 해와 비 그 중간의 구름, 그 무엇이 되었든 내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아침은 지극히 평범함을 담고 있었다. 핸드폰의 알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 시작되는 그냥 그저 그런 아침.
내가 일어나서 무엇을 하든지 어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고, 딱히 알릴 일도 사람도 없었다.
모든 것이 지루하면서도 남루했다.
문득, ‘오베라는 남자’에서 오베가 자신의 세상은 흑백이라고 했던 구절이 기억난다. 내 세상도 모든 색상이 바랜 것처럼 보였다.
입안에 넣는 음식 맛의 색상도, 어느 장소에 가든 남겨진 발자국 색상도 흑백. 침대에서 벗어나 침대로 돌아오기까지 잡음조차 나지 않는 완벽한 고요였다.
그것의 좋고 싫음을 판단하지 못했다. 가끔 내 목소리를 잃어간다는 착각조차 들 때가 있었다.
그래, 이것은 완벽한 공백이었다. 그런 내게 네가 다가와 공백을 채워주었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창밖을 확인하고, 그날의 온도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기를 바랐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은 잘 챙겼는지 걱정했다.
너는 내게 수없이 많은 물음표를 만들어 준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식사의 메뉴는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디를 가는지 등등.
물음표를 곱게 펴서 느낌표를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고 구체적인 답을 써 내려간다.
침대에서 침대까지 너의 소리가 밀물처럼 내 고요로 밀려들어온다. 방 안을, 내 마음 안을 가득히 채운다.
이제 더 이상의 공백은 없다. 흑백으로 보이던 세상이 서서히 자신의 색상을 찾아간다.
아무 생각 없이 느꼈던 고요가 이제는 싫다. 나는 지금 네가 보여주는 선명한 색상의 소리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