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나니-
햇살이 비추는 곳에 꽃이 자라나고 있다. 단 한 줄기의 빛만 있어도 생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
삶에서 필요한 것은 너무 많은 빛이 아니다. 얼어붙은 내 체온을 서서히 녹여 줄 작지만, 강한 빛 한 줄기면 충분하다.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무언가.
우리는 어디서 위안을 얻는가. 빛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아니면 걸어가는 순간순간마다, 디지털의 빛으로 잠시나마 온기를 느끼는 걸까.
인위적인 빛에 우리의 위안을 온전히 기대기는 힘들다. 평면의 디스플레이는 위안보다는 안위의 경계선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들은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방랑자들일지도. 나도 그 집단 속에 포함되었던 것이리라. 작은 사각형 안에서 방황하는 자들.
서로의 온기를 위해 손을 뻗지만, 잡히는 건 0과 1이라는 차가운 숫자의 세계. 그런 내 손을 잡아준 건 순수한 온정이 담긴 네 손이었다.
빛을 감싼다는 감촉은 이와 같으리라. 네 손을 마주 잡고 손가락 마디마디의 굴곡을 쓰다듬는다. 부드러움과 따스함.
이것은 내게 한 줄기의 빛이다. 너를 만나는 오늘의 하루가 시간의 유속을 견디지 못하고 쓸려간다.
손을 맞잡는 순간에 우리는 영원이다. 나를 바라보는 네 눈 안에는 우주가 담겨있다.
광활한 공간에서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햇빛과 별빛을 보며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