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의 오크통

-숙성된 모든 것들-

by 콕스웨인

작은 도시여서 하루가 짧은 걸까. 아니면, 너와 함께여서 그랬던 걸까.

포르투의 태양이 다시 도루강 위로 떠올랐다. 부지런히 숙소를 나와 어제의 기억을 되감듯, 동 루이스 1세 다리로 향한 우리.

이미 무엇을 할지 예정되어 있던 하루의 일정. 너와 나는 익숙함에서 오는 여유를 만끽하며, 강 건너 가이아 쪽으로 네 다리를 움직였다.

그쪽에 있는 포트와인 하우스들. 어제 함께 마신 값싼 와인 한 병이 너에게 어떠한 영감을 불어넣기라도 한 것일까.

포르투에 오면 셀러(Cellar) 투어를 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바로 투어 예약을 잡은 너. 그건 또 언제 알아봤느냐고 웃으며 묻자,


"와인 사러 갔을 때!"라고 너도 웃으며 화답했다.

포트와인 셀러 투어. 셀러(Cellar)는 와인을 숙성하고 보관하는 저장고라고 알려 준, 어제의 너를 빈 와인 병에 담아 기억으로 숙성시켰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포트와인 하우스를 바라봤다.

Cálem 하우스. 오늘 우리가 셀러 투어를 하게 될 장소. 외관상 정말로 하우스 느낌을 주던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니, 투어를 함께 할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에게 향하면서 네게 나지막이 속삭이듯 말했다.


"한국인은 우리 밖에 없나 봐."


뒤이어 들어온 일행이 마지막 예약자들인 듯 투어가 시작됐다. Cálem 와인의 역사와 종류, 그리고 반지하에 있는 오크통들을 보며 열심히 설명을 이어갔던 여성 직원.

안타깝게도 친절한 그녀의 설명이 내 귀에 온전히 들어오지는 못했다. 그저, 내 옆에서 집중하고 있는 너에게 집중했다. 해석이 안 되는 언어보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네 표정이 더 잘 해석되었기에.


마지막으로 Cálem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인당 두 잔씩 가능했기에, 너와 나는 서로 다른 종류 네 잔을 들고 긴 탁자에 나란히 앉았다.

투어가 만족스러웠는지, 한 잔을 마시고 취해 버린 너.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내 오른팔을 감싸 안으며, 너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애교를 보여줬다.


그 순간 하나만으로도 포트와인 셀러 투어가 충만했다. 잘 숙성된 레드 와인처럼 상기됐던 네 두 볼. 체온으로 섭취됐던 네 향기에, 잘 블렌딩 된 포르투의 향.

나 자신이 하나의 오크통이 되어, 너와 함께 보고, 듣고, 맛보았던 포르투를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숙성시키리라.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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