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스헤데, 실감

-모든 것의 시작-

by 콕스웨인

고향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나고 자란 곳이 꼭 고향을 말하지는 않는다.


매일 찾아오던 소중한 일출과 일몰, 계절을 속삭이던 바람, 잠겨도 좋을 만큼 눈동자에 차오르던 풍경들, 그리고 수식할 수 없는 당신들.

엔스헤데(Enschede), 네덜란드 동부 오버레이설(Overijssel)에 있는 도시가 그러했다.

교환학생. 그 시절 그때에만 주어진 특별한 신분. 그 덕분에 유럽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새벽 다섯 시, 긴 여정을 위한 모든 짐을 정리한 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눈을 감았다 뜨자, 인천 공항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상당히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체크인 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맨 앞줄에서 두 번째로 서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내 또래로 보이던 여성. 설마, 목적지가 같은 건가 하는 영화나 소설에 나올 법한 우연을 옆으로 밀어 두고 British Airways(브리티쉬 에어웨이즈)에 탑승했다.

와인, 잠, 다시 맥주, 잠 그리고 짤막한 식사. 런던 히드로 공항에 앉아 마시던 스타벅스 아이스티. 잘못 적혀 있던 이름 Hunk.

피식 웃으며 목적지인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수화물을 찾고 공항에서 나오니 어둑어둑해진 하늘. 조금 전까지 밤 9시에 머물러 있던 시침. 미리 예약을 해둔 공항 근처 숙소로 전화를 걸었다.

형편없는 영어 실력을 너그러이 받아 준 주인분. 그가 직접 몰고 온 픽업 차에 앉아 사위를 구별할 수 없는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숙소에 도착해 간소하게 짐을 풀고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워 창밖을 응시했다. 혹시나 실감이 날까 하고.

아직 감각은 도착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다시 픽업 차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교환학생들이 모인 다음 다 함께 엔스헤데로 향하는 일정이었기에.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공항 내부를 구경하고, 같은 학교에서 온 여동생과 간단히 식사를 한 뒤 집합 장소로 향했다.

학생들이 모여 있어 시끌벅적하던 곳. 가까이 다가가 기다리는데, 눈앞에 뒤돌아있던 여성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낯익은 실루엣.

설마,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그 여성에게 말을 건 여동생. 뒤돌아보던 여성. 교차하던 눈빛. 그제야 깨달았다.

두고 왔던, 아직 오지 않았던 감각이 이제 막 도착했음을.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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