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꺼풀 벗겨내면

-눈치채지 못하게-

by 콕스웨인

사랑을 한 꺼풀 벗겨내면 무엇이 남는가.

가지런히 정렬된 날짜를 흩트려 본다. 월요일 다음에 오는 것이 화요일이 아닌 목요일로.

주말이란 단어 자체를 쪼갠다. 주(主)도 없고 말(末)도 없다.


연속적인 숫자들의 행진도 망가트린다.

왜 첫날은 1일이고 마지막 날은 30일 혹은 31일인가. 왜 마지막 날이 1일이면 안 되는 건가.

의미 없다. 숫자를 세는 것이. 당장 오늘이 30일이어도 되고 1일이어도 된다.

그 어떤 숫자이든 의미 없기에.


가지런히 정렬되고 나열된 모든 것들은 무의미하다.

질서 정연이란 말보다 혼돈이 더 마음에 든다.

어지러워야 한다. 존재의 부재를 눈치챌 수 없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기껏 노력했던 혼돈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도 있으니.


한 꺼풀 벗겨낸 사랑에는 혼란만이 남는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급적 감정이 동요하지 않게.

월요일 다음 화요일이듯이, 1일 다음 2일이듯이.

네 옆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어리석은 착각을 어지럽혀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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