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

-그럼에도 움직여야-

by 콕스웨인

과묵해지는 건 소리뿐이다. 완벽한 정적. 울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잡는 것이 어색해진 펜을 붙들고 종이 위에 올린다.

무엇을 쓸 것인가. 무엇에 대해 적어 나갈 것인가.


모르겠다. 사고는 일어나지 않아야 평온을 찾는다. 그건 하나의 안주.

그저 살만 불어나는 내 영혼이 어느새 이렇게 됐을까.

묵묵부답. 답이 오지 않는 거리 위를 헤맨다. 저기인가 여기인가.

발자국은 늘어나는 데 시간은 줄어간다.


당장 목적지를 찾지 않으면 영원의 미궁 속에 갇히리라.

그걸 알면서도 시나위를 당긴다. 알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몸은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하나 둘, 하나 둘. 박자가 메트로놈에 맞춰 진동한다. 그에 따라 뜻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우리의 삶도 그와 같다. 단어를 어떻게 배열하느냐.

즉, 선택의 순간을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차이를 만들어 낸다.

한 끗 차이. 입에 달고 산다. 모든 게 한 끗 차이라고.

그래서 아쉬워하는가. 그래서 후회하는가.


어리석은 목자는 땅을 짚는 지팡이에 힘을 주지 못 한다.

하늘에 걸린 노을이 영원을 끝내는 안식처라 여긴다.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

그대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나선으로 돌아가는 폭포에 떨어지는 것은 무지한 선택.

그 흐름을 타야 한다. 당연 그대도 알고 있겠지.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

알면 움직이길. 시간은 저 앞에 가고 있으니.

화, 금 연재
이전 15화한 꺼풀 벗겨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