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암스테르담에서 돌아온 뒤, 으레 그래야 한다는 듯 말을 꺼낸 너.
그 말을 듣는 순간,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될 거라는 걸 직감했다. 너와 함께하는 여행이.
어디든 갈 수 있기에 깊어진 고민. 어느 나라, 어느 도시부터 시작해야 행복의 농도가 진해질 수 있을까.
그럼, 우선은 동네에 있는 카페에 가서 찾아보는 게 어떠냐고 가볍게 제안한 너. 그 말이 머릿속을 환기시켜 주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서둘러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 자전거 페달을 밟은 우리. 내 뒤로 잘 따라오고 있는지, 너의 상태를 틈틈이 확인하며 미풍을 갈랐다.
엔스헤데 시내에 있던 어느 한 카페. 내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기에, 우리는 무작정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한 뒤, 서로 가져온 노트북을 탁자 위에 두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채,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미소를 지으며 잡담을 주고받은 너와 나.
먼저 어느 나라부터 가고 싶은지 정하자고 넌지시 본 주제를 꺼내면서, 너는 바닐라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그리고 영국. 먼저 언급된 나라들. 이탈리아, 스위스, 체코 그리고 헝가리. 그 뒤로 나열된 나라들.
우선은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정할까,라고 묻자 너는 잠시 고민하더니 좋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계기로 우리는 여행 동선과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주 보고 있는 침묵 사이를 채우는 마우스 클릭 소리, 위아래로 움직이는 휠 소리, 거기에 더해지는 타자 두드리는 소리.
어디서 시작해 어디에서 끝낼지, 어떤 도시를 갈지, 어떤 비행기를 탈지.
들뜬 목소리로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은 우리. 다시 한번 두드리는 타자 소리와 빨대 안으로 사라지는 커피로 인해 부딪히던 얼음소리.
그 공간 안을 채우던 합주가 예정된 우리의 미래를 음표로 두고 이루어졌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너와 나는 짐을 정리하고는 카페를 나섰다. 다시 페달을 밟고 기숙사 근처 작은 공원에 다다른 순간,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강한 주홍 빛을 발하던 노을의 찰나를. 그리고 옆에 있는 너를 바라봤다. 과연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지금과 같은 노을의 찰나를 함께 감상할 수 있을까.
영원할 수 없기에, 역설적이게도 영원을 염원한다는, 예정된 나의 미래를 악보로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