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향해(1)

by 콕스웨인

새벽 4시 2분을 향해 나아가던 분침과 초침.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원형 시계를 보며, 얇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나.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야간 버스를 기다리며, 폰을 켜고 너에게 온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심히 와!"


먼저 파리에 가 있는 너.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 나는 설렘과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Gare Lille Europe. 프랑스 릴의 Lille Europe역 앞에 서서 과연 이곳이 맞는지에 대한 걱정과, 유일하게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인해.

그나마 나와 목적지가 같아 보이는 이들이 더 있었기에, 속으로 살짝 안도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들을 바라봤다.


건물 벽에 붙어 후드를 쓴 채 폰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 그의 대각선 방향으로 4인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서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모순적으로 그 정도의 거리감이 서로에게 안정을 주는 것처럼


약 30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파리행 야간 버스가 도착했다. 줄을 서 있는 우리의 짐을 차례대로 짐칸에 넣어 준 버스 기사. 그의 안내에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불이 꺼져 있는 버스 안. 빈자리를 찾아 2층으로 올라갔다. 다양한 방식으로 잠을 청하고 있던 사람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코골이, 이가는 소리, 중얼거리는 말소리 그리고 잠을 청하지 못하고 폰을 보고 있는 이들.

평온한 혼돈 속에서 간신히 빈자리에 앉았다. 옆에는 창문에 얼굴을 대고 숙면을 취하고 있는 남자 외국인 있었다. 혹여라도 그가 깰까 봐, 조심스레 자세를 취하고는 감은 두 눈.


요란한 침묵을 가장한 어둠 속. 찾아오지 않는 잠. 그럼에도 쉽사리 뜨지 못하는 눈. 움직이는 버스 바퀴의 미묘한 진동.

도돌임표처럼 반복되는 소리들 위로, 수면이 지휘를 시작한다. 코골이, 이가는 소리, 중얼거리는 말소리.

문득, 다시 한번 네가 보낸 문자가 떠올랐다.


"조심히 와!"


너를 만나러 가는 플릭스 버스(Flix Bus) 안. 상상한다. 지금 내 옆에 네가 있다면, 잠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네가 잘 잘 수만 있다면, 내 잠을 너에게 보내도 좋다고.

조용히 미소 짓는다. 이러한 순간들 속에서도 너를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그러자, 버스 안을 채우고 있는 모든 감각들에게 존중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으리라. 오래 걸리지도 않으리라. 곧 이 어둠을 살라먹는 빛이, 네가 있는 프랑스 파리로 이끌 테니.

목, 일 연재
이전 18화엔스헤데, 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