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울퉁불퉁한 바닥과 캐리어 바퀴가 맞부딪혀 내는 불협화음. Flix Bus에서 내려 파리에 발을 내딛고는 움직였다.
파리 북서쪽의 Porte Maillot 쪽, Pershing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파리 메트로 Line 1을 향해.
목적지는 한인 민박이 있는 메트로 Line 7 Porte d'Ivry역. 이른 아침, 오전 8시 47분을 향하던 시간. 파리의 아침을 심호흡으로 가다듬으며 지하철로 내려갔다.
너에게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처음 맞이한 파리의 지하철을 감상했다.
악평이 자자하던 곳. 온갖 악취가 뒤섞여 불쾌하고 더럽다는, 그 유명한 파리의 지하철.
그러나,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남들보다 덜 예민해서 그런 건지 내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내부는 더러웠으나, 그렇다고 아예 이용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지하철.
그 생각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가면서도 변함이 없었다. 관광객과 현지인. 그걸 걷어내면 백인, 흑인, 라틴계 그리고 아시아계. 그걸 한 번 더 걷어내면 그저 사람들.
나처럼 어딘 가로 가기 위해 오전부터 파리의 지하철에 타 있는 사람들. 우리나라나 파리나 다른 건 없구나 여기며, 너에게서 온 답장을 봤다.
이따가 아베스 광장(Place des Abbesses)에서 만나자는 너. 이번에는 서로 다른 숙소에서 지내기에, 이렇게 특정 장소의 위치를 정하고 만나야 한다. 파리에 있는 동안은 계속 이러한 만남이 이어지리라.
이전까지는 모든 걸 함께 했던 너와 나. 특정 장소를 정하고 만난다는 게, 무언가 서울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며 알겠다는 답장을 보낸다.
살갑게 맞이하는 민박 주인분의 안내에 따라, 짐을 푼 뒤 간단히 샤워를 했다.
아침 식사를 하겠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그러겠다고 말하고는 방 안에 있는 작은 창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맑은 날씨를 대변하듯, 강한 빛줄기가 새어 들어와 방바닥을 물들였다.
5월의 훈풍으로 넘실거리는 얇은 커튼. 창문 밖으로 펼쳐진 파리의 전경. 길 위를 걷는 사람들. 문이 열려 있는 가게들. 그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들.
파리가 아니어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전경. 느낄 수 있는 바람과 햇빛. 그럼에도 미묘하게 달랐다. 파리에 왔다는, 네가 있는 파리에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정이 차올랐기에.
너와 함께 하는 파리는 어떠할까. 분명히 즐겁고 즐거워서 즐거우리라.
너를 만나러 와서 다시 너를 만나러 가는 것도 좋구나 여기며 창문에서 눈을 떼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