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를 향해(1)

-사랑해의 집합체-

by 콕스웨인

약속 시간보다 앞서 약속 장소인, 아베스 광장(Place des Abbesses)에 도착했다.

역 앞에서 너를 기다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나무 한 그루를 감싸고 있는 벤치가 눈에 들어와, 그쪽으로 물 흐르듯 향했다.


벤치에 앉아 햇빛 사이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친숙한 언어, 한국어. 그다음으로 영어. 그 외에는 모르겠다. 프랑스어인지, 스페인어인지 아니면 어느 먼 나라의 언어인지.

선글라스로 인해 모든 언어들의 색상이 똑같아 보였다. 무슨 언어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리라. 그 언어가 어떠한 말을 담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오래 기다렸어?"


반갑다는 듯 손바닥을 보이며 환한 미소로 햇빛 사이를 넘어오는 너의 말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너를 맞이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을 너.

맞잡은 두 손. 전해오는 온기. 마주 보며 짓는 미소. 우리가 있는 곳이 몽마르트라고 알려준 너.


알고 있었다. 아베스 광장 자체가 몽마르트쪽에 있다는 걸. 구글 지도에 자연스럽게 표시되던 지역명.

그렇지만 너의 언어로 듣는 건 처음이기에, 몰랐다고 대답하며 어디에 갈 예정이냐고 물었다.


근처에 아주 유명한 벽이 있다고 답한 너. 그 말대로 정말 얼마 안 가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벽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언어들로 적혀 있는 벽. '사랑해 벽(Le Mur des Je t'aime)'이라며, 너는 가까이 다가가자고 말했다.


너의 손에 이끌려 보다 가까이 사랑의 벽을 바라봤다. 자신들의 모국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관광객들.

그로 인해 시선이 한국어를 찾아 움직였다. 눈에 들어온 줄을 서 있는 한국인들. 그 줄 앞 벽에 적혀 있는 한글, '사랑해'.


사진 찍어줄까,라고 말하며 줄에 서려던 내게 너는 괜찮다고 답했다. 대신, 벽에 적힌 다양한 사랑해의 언어들을 구경하자며 고개를 살짝 젖힌 너.

그 모습에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고는 너를 따라 사랑해들을 구경했다. 타일 위에 빼곡히 적혀 있는 언어들.


잠시 선글라스를 올리자 눈에 들어온 색상. 모두 순백의 하얀색으로 쓰인 언어들. 사랑해의 거대한 집합체.

경계가 없는 이 벽처럼 모두가 사랑을 한다면, 내 옆에서 보여주는 네 미소처럼 세상이 환해질 텐데.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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