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꽃님이 할아버지

반.창.고 - 반갑다창문밖고양이

by 반창고 아저씨


매섭게 가을비가 오는 날이었다.

오후 느즈막 전화가 울렸다.


"매형! 여기 골목에 고양이 한 마리가 계속 비를 맞고 있어요."


"어려 보여?"


"네."


"그럼. 만지지 말고 그냥 둬. 어미가 있을 테니까."


"그게...... 이틀째예요. 어제도 이 자리에서 혼자 있었어요."


"그냥 골목에서?"


"네. 이대로 뒀다간 잘못될 것 같아요. 어떡하죠?"


"그래? 그럼 일단 데려와!"


그렇게

우리 부부에게 온 고양이는

흠뻑 젖은 채

몸을 계속 떨었고,

눈에 띌 정도로

배가 홀쭉했다.


일단 털을 말리고

먹을 것을 주었다.


고양이는

하얀 털에 중간중간 검은 꽃잎이

놓인 것처럼

예쁘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엉덩이 쪽을 들어

땅콩이 없는 걸 확인한 후

꽃님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꽃님이는

첫째 고양이 용감이 뒤를 이어

두 번째 고양이가 되었다.


꽃님이는 식탐이 많았다.


길 생활에선

먹을 것이 있을 때

많이 먹어두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빨리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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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지나가던 말로 물었다

.

"용감이가

요즘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

어디 아픈 걸까?"


나는 무심결에 대답했다.


"아니야. 꽃님이가 밥을 다 먹어서

용감이가 잘 못 먹는 것 같아."


그리고 얼마가 흘렀을까,


아버지가

꽃님이를 쓰다듬다가

걱정스러운 듯 이야기하셨다.


"얘가 점점 말라서 걱정이다."


우리 부부는 손사래를 쳤다.


"무슨 소리예요.

꽃님이가 밥을 얼마나 많이 먹는데."


그리고, 꽃님이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보이며


"이것 보세요. 꽃님이가 얼마나......."


이상했다.

꽃님이는 처음 올 때처럼 말라 있었다.


혹시

어디가 아픈 가 싶어

병원에도 데려가 보았지만,

체중이 적을 뿐 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


문득 그날의 대화가 떠올랐다.


"꽃님이가 밥을 다 먹어서,

용감이가 밥을 잘 못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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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고 보면

꽃님이 입양을 결정할 때,

용감이 입양할 때처럼 마음으로 품어야지 하는

간절함이나 결심이 없었다.


용감이 혼자 심심하니까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아버지에게는 곁을 잘 주지 않는

용감이와 다르게

꽃님이는

적적해하시는 아버지에게 애교를 잘 부리니까...


그래도

처남이 구조한 아이인데

못 본 척할 수 없으니까...


.... 정작, 꽃님이를 위한 마음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눈치가 많아진 모양이었다.


사실

꽃님이가

장난치거나

실수하더라도

소리치거나 혼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님이는

본능적으로

이곳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몇 달 후

셋째 토비가 들어오자

꽃님이는 더욱더 예민해졌다.


혹시라도

자신의 거취가 어떻게 될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마른 몸 때문에

나이가 한참 어린,

셋째 토비에게도

쫓겨 다녔다.


꽃님이는

그런데도 밥을 더 안 먹었다.


그것이

계속 이 집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여기는 듯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눈치보는 삶.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날, 아내와 나는

꽃님이 앞에 앉아서 미안하다 했다.


고양이 눈인사를 하면서

그동안 미안하다고 했다.


앞으로 함께 행복하게 지내자고,

밥도 많이 먹으라고,

너 어디 안 보내니까,

눈치 보지 말고 살라고 했다.


너는 우리 식구니까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거라고 했다.


불안한 눈으로

우릴 바라보던 꽃님이는

바로 앉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 날 이후,

꽃님이는

토비보다 밥을 많이 먹었다.


집에 가면

가장 먼저 마중하고,

이리저리 잘 뛰어다녔다.

셋째 토비도

꽃님이에게 도전하지 않았다.


비로소

꽃님이는 우리 집 둘째가 되었다.







꽃님이 할아버지 다음 편 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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