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딧 Feb 09. 2017

당신을 임파워링(역량 강화)하는 디자인

사람에 대한 투자로 지속 가능한 순환을 이루어낸다

우간다,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 그간 기업, 엔지오, 지역 전문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점을 느꼈다.

 

외부에서 소개를  때면  여기에 '사회적', 'Social' 디자인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따라붙곤 했다. 보통 말하는 이런 류의 프로젝트들은 비용, 시간, 재능 등의 자원을 사회에 기부하고 봉사하는 성격이라고 생각되곤 한다. 미디어에 나오는 빈민들의 사진, 오지에 사는 사람들의 힘든 현실 사진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우리 삶과 거리감이 생겨 아주  딴 세상 얘기 같다. 


사회적 디자인, 소셜 디자인이라고 하면, 물론 추구하는 바가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동떨어진 디자인이 아닌데. 디자인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온다는 건지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차라리 내 월급을 쪼개 기부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 이런 노력들이 단발성 봉사활동, 사진 찍는 세리머니 정도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이런 움직임에 몸담을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주체와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겠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것이 아닌 좀 더 고차원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사회적 기업의 예를 들어보겠다. 네덜란드에 기반을 두고 실제 사업은 우간다, 케냐, 르완다 등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운영하고 는 작지만 알짜 있는 기업이다. 네덜란드 팀은 열명이   되는 소규모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현지인이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회사 사람은 처음 만난 자리부터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다.  사업을 통해 헬스케어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그리고 함께 일하며 내가 경험한 바로는  비전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질적인 변화에는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과 구현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업으로 백만장자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 참여하는 본인, 직원, 그리고 현지 직원들과 커뮤니티 사람들이 이 사업으로 삶의 질이 보장되는 보수를 받도록 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실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간다에서 만난 현지 직원 매니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에게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아마 살면서 주어진 가장  기회였을 것이다. 그에게는  사무실에 앉아 지금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그의 자부심이었다. 지역 내에서도 그의 성공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보내오고 있었다. 물론  역시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지역에서 드물게 성공한 배운 사람이었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는 위치에 있었다. 이 사업은 그에게는 기회이자 성장의 원동력이자 가족의 생계를 위한 수단이었다.


회사 소속으로  마을 단위로 소규모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사업은 다른 의미였다. 그들에게도 이 사업은 생계를 책임져  어쩌면 유일한 창구였다.  커뮤니티와 이웃들을 위하는 마음 위에는 당장 먹고살  마련과  아이의 학비 등 현실적인 욕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이 사업에 참여하는 마음은 비장하다. 네덜란드에서 잠깐 왔다가는 나 같은 뜨내기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이런 생계의 무게뿐이 동기는 아니다. 내가 알던 기존의 세계에서 확장시키는 경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내 삶의 터전을 일구는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그리고 이 경험들이 쌓여 이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지역 사회에서 메신저가 되고 롤모델이 된다. 사업의 성공만큼 이 사람들 개개인도 성장해간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온 NGO, 사업 참여자들, 회사 직원 등등은 어떨까. 다들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함께 일할  있었던 것일 테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디자이너로서의 사회적인 소명감도  동기의  부분이겠지만, 나로서는 각각의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얼마나 발전할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왜냐하면  자아와 전문성을 찾는 것도 내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디자인 리서치에 참여하는  누구보다 내가 가장 많이 배우고 경험할  있을 것이다. 멀리 내다보면   커리어에 도움도  것이라는 기대감도 무시할  없다.


우리 팀원 중 한 명은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에 호기심을 느껴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기회가 있으니 참여한 것이지 그렇게 심각한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해외 리서치도 다녀왔으며 국제적인 환경에서 작업을 해보는 경험을 해보아 만족스러워한다.


물론,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일이라면 이렇게  개인적인 바람들을 앞세운다는  이기적일  있다. 하지만 나는 누굴 돕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신이 기여한 부분이 실제 세상에 나와 사람들의 삶에서  쓰인다면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있고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퍼주는 관계가 아니라 공생 관계 같은  아닐까 싶다.


우리 팀원들과  프로젝트가 우리의 비전대로  된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탄탄한 실전 경험을 얻어갈 것이다. 그리고 회사 소속 자영업자들은 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있을 것이다.  수익으로 그들의 가족들은 조금  배부르게 먹고 조금  좋은 교육을 받을  있다. 그들의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나  하나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무엇하나 허투루   없다. 그리고 큰 그림을 이룰 부속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게 된다.












이전 08화 첨단 기술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밑거름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