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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Oct 24. 2021

지속 가능한 디자인 심은 곳에 지속 가능한 혁신 난다

지속가능성으로 주도하는 혁신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쇼핑을 도입한 후 우리 삶은 아주 편해졌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최저가를 비교하고 후기를 확인하고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주문할 수 있다. 주문하고 나면 전국 어디서나 이틀 길어야 사흘 만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 경험은 이제 우리에겐 밥을 먹는 것, 잠을 자는 것만큼이나 익숙한 일상이다. 이렇게 편하고 좋은데 다른 나라에도 비슷하게 존재할 것만 같다. 없다면 당장이라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네덜란드만 해도 실정이 다르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보다 땅덩이가 작은 데도 택배 배송부터 오래 걸린다. 차라리 내가 가까운 가게에 가서 사는 게 더 빠를 때가 많다. 물론 당일 발송을 보장한다며 광고를 하는 곳들도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쇼핑몰 사이트에서 배송 속도는 큰 메리트가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택배를 받으려면 일단 참을성이 많아야 한다. 번거롭더라도 받는 사람이 집에 없으면 배송받을 수 있는 다른 날 약속을 따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웃 어딘가에 맡겨 놓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분실되는 택배도 생기고 나도 모르는 새에 반품되기도 하고... 인터넷이 잘 돼도 택배 인프라가 없으니 (우리나라처럼 인력을 탈탈 털며 동원하지 않아서 그런지도...) 한국과는 편리함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은 이미 익숙한 일상임에도 나라마다 다르다. 다양한 배경과 이유가 얽혀 있겠지만 요지는 그렇다. 택배 인프라뿐만 아니라 인터넷 여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함 여부, 결제 수단을 갖추었는지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많다. 이렇듯 나라 별로, 작게는 지역이나 도시에 따라, 더 작게는 특정 집단에 따라 원하는 니즈도 적용될 콘텍스트도 다 다르다. 


이런 조건들이 하나씩 걸릴수록 더욱 고려사항이 많아진다. 

- 사용자가 문맹인데 사용 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면?

- 스마트폰을 사용해본 적 없는 사용자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든다면?

- 사용자는 하루 1000원의 여유밖에 없는데 제품의 가격은 5천 원이라면?

- 사용자의 여유 시간이 하루 5분이라면? 5분 안에 사용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면?


어렵고 서로 꼬여 있다. 복잡성이 높은 문제다. 그렇기에 극단적인 조건을 가진 사용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기술과 디자인은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기술과 디자인은 그 지역이나 커뮤니티의 자원, 환경, 니즈와 조건을 고려해 기술을 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있는 자원을 파악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적용 가능한 기술을 내놓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수정, 보완하며 사용자의 삶에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Ivan Samkov


그리고 문제가 어려울수록, 복잡할수록, 그 결과가 불러올 수 있는 임팩트는 무궁무진해진다. 기존에 있는 시장에 기존의 기술을 적용하는 점진적 혁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며 (급진적 혁신) 한 발 더 나아간다. 혹은 기존의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모듈러 혁신, 그리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세상에 변화를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토록 거대한 잠재력을 가졌기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은 우리 디자이너에게 적합한 일이자 디자이너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단어는 단순히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 한정 짓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진입장벽은 낮다. 다양한 배경과 분야의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무언가를 꼭 새로 창조해내지 않더라도, 타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해보고 해결하는 일상 속의 다양한 활동이 모두 디자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 디자이너로 우리 삶과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은 각자 지향하는 가치에 달려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리고 그 결과물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지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와 더불어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고 믿는다.


@Craig Adder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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