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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Mar 07. 2021

우간다 커뮤니티, 함께 하는 디자인 프로세스

코디자인, 사용자 참여 디자인의 가치

커뮤니티에서의 1 진료 상담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직 초기 단계로 간단한 인터페이스 정도만 구현이 되었고, 우리는 전반적인 기능, 콘셉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자 우간다 커뮤니티를 방문 했다. 처음 우리가 설계한 테스트에 참여한 대상은 각자 마을에서 기초적인 1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이었다. 나이는 보통 3-40대에 스마트폰은 사용해봤지만 디지털 제품을 많이 써보진 않은 사람들이었다.


먼저 우리 팀에서 간단한 소개를 했다. "이런 이유로 이런 제품을 구상했고, 그래서 여러분의 고견을 받으러 왔습니다. 우리를 환자라 생각하고 시범 삼아 앱을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주시면 됩니다..."

학교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했을 때도 순탄했었고, 프로토타입 앱이 잘 굴러가는지도 몇 번이나 확인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가 고안한 테스트에는 생각지 못한 허점이 있었다...


일단 참가자들은 한 번도 이런 테스트에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이 앱이 실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납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본사에서 여는 이런 모임이 있으면, 보통 새 프로그램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앱을 교육받는 시간이라는 오해가 생겼다. 시작하기 전부터 앱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답할 수 없는 부분, 예를 들어 회사 정책이나 의료 지식에 대한 질문들까지 나왔다. 우리 팀원들도 당황했고, 정작 우리가 하고 싶은 질문은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오해는 좀 푸는가 싶었는데, 그다음엔 이 '테스트'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테스트'라는 단어 때문인지 본사에서 우리를 보내 자신들을 '테스트'하려 한다는 또 다른 오해가 생겼다. 그래서 우리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절대 앱을 사용해보려 하지 않았다.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며 앱에 대해서든 뭐에 대해서든 어떤 의견도 내고 싶지 않아 했다. 또, 우리가 던지는 정답 없는 질문들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복병은 끊이지 않았다. 한 번에 세명씩 테스트를 했는데, 테스트를 먼저 한 사람들이 대기 중인 사람들에게 우리가 했던 질문을 전달한 모양이었다. 뒤에 온 사람들은 앞에서 한 사람들이 말해준 얘기들을 종합해 나름의 결론을 낸 후, 그에 맞는 대답만 하기로 합의를 했나 보다. 스무 명 정도를 테스트했는데 우리가 얻은 피드백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사용성은 매우 매우 좋아요, 개선점은 없어요, 매우 유용할 것 같아요.'

뭐 결과가 좋으니까 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사용자들의 진짜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걸 토대로 디자인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아 다음 버전을 하루빨리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모두 다 좋다고만 하니 이게 무슨 소용이람. 다행히 우리가 관찰한 데이터 -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겪거나 오류가 났던 부분-가 있으니 테스트 전체가 무용지물은 아니었다. 그분들의 오해와 우려도 이해가 갔지만, 우리가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참가자들은 '상상력'을 동원하는 데에 익숙지 않았다.  앱을 한번 쭉 써보고 나서, 우리는 참가자에게 이런 가정을 한 질문들을 연달아했다.

'만약 이 제품을 현재 업무에 적용한다면, OO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만약 환자가 OO에 대한 요청을 한다면, OO를 어떻게 할 건가요?'

하지만 참가자들은 아직 해보지 않은 경험을 가정해 대답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얘기나 지금에 대해서는 수월하게 대답했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또, 프로토타입의 인터페이스와 화면 전환 등이 실제 제품에 비해 구현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 팀 내에서는 그런 걸 감안하고 제품 기능과 경험에 집중해서만 피드백을 주고받고 해왔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이 정도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실제 제품처럼 상상하기에는 한계를 느꼈다. 제대로 입력도 안되는데 환자들을 뭐? 어떡하라는 거야 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여기서 우리 팀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가 우리의 시야에서 열심히 만들고 며칠 동안 설계한 이 사용성 테스트는 이 컨텍스트와 아주 많이 동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넓은 마음으로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 디자인 자체가 아직 최종 결과물이 아님을, 이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할 참가자들의 의견으로 우리는 완성해가고 싶음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리고 한발 뒤로 물어나 사용자들이 그리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함께 상상해보았다. 만약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시공간, 인터넷, 비용 등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어떤 서비스를 경험하고 싶은지,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어떤 헬스 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은지.


참가자들도 마음을 조금씩 열었고 조금은 추상적이지만 그들이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어떤 것인지,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얼마나 끈끈한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본사에서 제공할 이 서비스의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가로써 피드백을 해달라는 요청에 점점 말이 많아졌다.


이런 워크샵을 진행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번 미팅 전까지 함께 얘기했던 내용들을 프로토타입에 적용해 바로 개선시켰다. 어떤 점을 개선시켰고, 어떤 제약이 있었는지도 기록했다. 그 다음번 미팅에서 우리가 이런 내용을 간단히 브리핑을 하자 참가자들은 뿌듯해했다. 자신들의 의견을 그만큼 존중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였고, 반영된 디자인을 보며 주인의식도 느끼는 듯 했다.


함께 디자인 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경험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것 부터 쉽지 않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비중으로 같은 언어로 디자인을 만들어 간다는 것도 어렵다. 그런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결과물에 믿음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디자인의 역할이구나 었다.  우간다에서의  사용자 테스트는 혼란의 도가니였지만...  하나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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