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의 음악연재[音樂連載] - 노을

지구[Earth]의 두 번째 곡.

by 하노



뜨겁게 타오르던 태양의 열기가 식고 서서히 바다 뒤로 넘어가는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길게만 느껴지던 하루는 저물고 고단했던 마음은 안도감으로 물들어간다.

나에게 있어 노을은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아내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걷던 무수히 많은 시간들은 어느덧 둘 사이 태어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하원길을 고된 하루 끝에 주는 보상처럼 아름답게 물들여준다.

24시간의 하루 중 고작 30분~1시간만 주어지는 이 골든 타임이 너무 짧아 아쉬움 자아내는데,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노을을 볼 수 있다.


어린 왕자의 고향인 별 B612에서는 마흔네 번의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볼 수 있다.

지구도 이 처럼 노을 지는 하늘을 실컷 볼 수 있다면 혹은 자전이 멈추어 태양의 위치가 영원히 한자리에 머문다면 노을의 아름다움은 지금처럼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사랑에 대한 감정을 생각해 보았다.

연인 사이의 사랑에는 서로를 아끼며 한없이 사랑하는 감정도 있지만 서로가 미워 보기 싫은 애증의 감정도 함께 있다.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한없이 애틋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무런 감정의 요동 없이 부동으로 하나의 감정에 사랑이 머무른다면 그 사랑의 소중함을, 진정한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는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통해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기에 하루에 고작 30분에서 1시간이지만 하늘을 붉게 물들여 줌으로 우리가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사랑도 때로는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에 다툼을 만들어 내지만 그 다툼 이후 사랑의 감정은 뜨거이 달궈져 서로의 관계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준다.

식어버린 태양이 바다 뒤로 넘어가고 뜨거이 달궈져 내일 다시 떠오르듯.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사랑의 감정에 빗대어 표현하는 이번 테마에서 노을은 저물어가는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다.

저물어지는 태양이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에 무게를 실어 사랑이 저물고 끝나는 일회성의 감정이 아니라 매일 지구가 자전하듯 부동이 아닌 우리 마음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듯 살아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요동치며 때로는 다툼을 만들고 서로를 할퀴어 상처를 내어도 매일을 사랑하며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함께하며 서로를 추억하고, 삶의 기억 속 서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매일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듯 서로를 바라보며 그렇게 늙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 노을 지듯이 우리 같이 늙자.

저 노을 지듯이 우리 서로를 기억하자.




하루를 노래하는 하노는 2023년 음악연재[音樂連載]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하노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간다.

그 두 번째 테마인 '지구[Earth]'는 지구 속에서 생기는 현상에 빗대어 사랑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을 노래한다.


https://youtu.be/1vUdh1bKgbE?si=CChMNOaDy-KmOC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