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의 음악연재[音樂連載] - 저녁산책

밤[Night]의 첫 번째 곡.

by 하노

답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해 집 밖을 나선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이지만 생각만큼 날씨는 춥지 않다.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너의 동네로 향한다. 낯설던 너의 동네는 어느덧 익숙해져 편안한 마음까지 든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의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한 블록마다 즐비해 있는 요즘, 너의 집 앞에 있는 오래된 슈퍼마켓은 내가 이 동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주인 할머니가 친절하신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군것질을 위해 자주 오던 어린 시절 속 너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 속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종류의 음료 중 너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은 슈웹스사에서 만든 레몬음료다.

한 가지 맛에 빠지면 줄곧 그것만 찾는 너의 입맛은 익숙해진 이 동네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 슈퍼마켓을 나오며 네게 전화를 건다.

예상하지 못한 척 반기는 목소리지만 화장으로 정돈된 얼굴과 5분도 채 되지 않아 뛰어나오는 너의 모습을 보면 나만큼이나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네가 아닐까 싶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던 운행이 멈춘 낡은 기찻길은 어느덧 그 흔적을 유지한 공원이 되었다. 그곳은 가난한 우리 커플에게 너무나 값진 데이트 장소이다.

연남동까지 이어진 공원길을 따라 걸으면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게 된다. 길게 이어진 숲길은 수다스러운 우리 커플의 대화를 듣고 도심의 탁한 공기와 함께 우리의 답답한 마음을 정화해 준다.

내가 가진 꿈, 열정 낭만과 동일한 무게를 지닌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최대한 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지만 쉽지 않은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이 모든 생각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고민들은 사실 나이가 들어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20대 그리고 30대 불안함은 여전히 나와 동반하고 있고 세상의 변화는 우리 보다 항상 앞서며 그 속도는 줄지 않아 내가 쫒을 수 있을까 싶다.

복잡한 마음은 가슴을 타고 올라와 머리를 지나지 못한 채 두개골안에서 정체되어 실타래처럼 꼬이기 시작한다.

너와 하는 저녁산책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복잡한 고민들을 잠시 내 머리를 열어 환기하듯 해소시킨다.


너의 손을 잡고 걷는 이 거리가 나는 너무 좋다. 이 시간은 나에게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준다. 오늘도 나는 익숙해진 너의 동네로 찾아와 너에게 전화를 건다.

“나와 잠깐 걸을래? 나와 너의 집 앞이야.”



하루를 노래하는 하노는 2023년 음악연재[音樂連載]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하노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간다.


https://youtu.be/oaRy3AKTeSA?si=knbLqJLx3ouYPB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