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임신테스트기는 아침까지 한 줄이었다. 그날 저녁 장인어른과의 저녁식사자리는 반주를 즐기던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여보, 술 마시지 말아 봐."
당황해하는 아내의 표정에
"임신된 것 같아."라는 대답을 했다.
"오빠가..?"
아내가 무슨 술도 안 마시는 사람이 취했냐며 임신을 해도 자기가 해야 되고, 아침까지 테스트기는 분명 한 줄이었다며 반박했다. 진지한 내 표정에 아내는 내 말을 들어주었고, 집에 돌아와 다시 확인을 해보니 오전까지 한 줄이던 테스트기는 선명한 두줄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6개월 만에 아이가 생겼다.
7년의 연애, 결혼 그리고 2년의 신혼생활. 꿈에 그리던 아이가 생겼다.
아이의 이름은 이미 연애 시작한 지 1년도 안된 시기의 어린 나이부터 미래를 꿈꾸며 지어놨다.
하루.
'하루를 노래하라'라는 인생의 목표는 군대 안에서 정했다.
밴드의 이름도 하루를 노래하는 밴드 '하노'로 지었다.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면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이름은 하루였다.
오랜 시간을 꿈꾸고 그리던 우리의 아이가 생겼는데, 나의 감정은 기쁨과 슬픔의 중간 어느 사이엔가 떠 있었다. 경험해 봤던 감정이다.
2011년 1월 24일 나의 전역날. 그날의 기분이 딱 이랬다.
꿈꾸던 전역인데 왜 마냥 기쁘지 않지? 전역날도 아이가 생긴 날도 기쁨보단 두려움이 컸다.
나의 행동, 말 한마디, 생각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가정교육이고 문화가 된다는 생각이 공포처럼 다가왔다.
나는 다음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샀고 그것을 마시는 동안 3개비의 담배를 연달아 피웠다. 그것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마지막 담배였다.
내게 즐거움을 손에 꼽으라면, 그중 하나는 흡연이었다. 밤새 노래를 만들고, 밖으로 나와 새벽공기를 마시며 작업된 노래를 배경으로 한 모금 내뱉는 담배는 나에겐 너무 낭만적이고 달콤한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담배와 이별을 했다. 놀랍게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하던 금연은 아이가 생기며 성공했다.
담배와 함께 나를 즐겁게 해 주던 시간들.
팀원들과 평일 훈련까지 하며 진심을 다했던 사회인 야구, 달콤한 아내와의 데이트, 돈을 벌진 못했지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던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의 밴드공연, 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해 라며 2주의 한 번은 꼭 찾아갔던 영화관. 카페에 앉아 원두를 가는 그라인더 소리와 주변 소음에 홀로 파묻혀 읽던 책.
나의 아름다웠던 시간들과의 작별이었다. 그렇게 기쁨과 슬픔 그 중간 어느 사이에서 나는 아빠가 되었다.
안녕, 나의 뷰티풀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