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2월 14일 지구를 떠나 우주를 항해하던 보이저 1호가 지구와 61억 km 떨어진 거리에서 한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속 지구는 0.12 화소에 불과하며 그저 작은 점이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살고 있고, 우리가 진리라 믿는 종교와 이데올로기, 수천 년 전부터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인류라는 문명, 수백 년의 전쟁과 수많은 이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국가와 그 모든 애환이 담겨 빛을 발한 예술 작품들이 들어있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Pale blue dot, 창백한 푸른 점의 사진이었다.
아내와 함께 간 산부인과에서 보여준 초음파 사진에는 책에서 봤던 우주 속의 점으로 찍혀있던 지구가 있었다.
아기집안에 희미하게 보이는 하얀 점은 난황이라 했다. 지구에서 61억 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사진과 아내의 뱃속을 관찰하며 찍은 초음파 사진이 겹쳐 보이며 내 머릿속에서 하나를 이루었다.
저 작은 점은 나에게 지구다. 우리는 저 아이에게 우주가 되어야 한다. 그날 하루종일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진을 본 것만으로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우주의 신비를 느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신비함에 사로잡혀 하루종일 마음은 둥둥 떠 있었다.
병원에서 출력해 준 초음파 사진을 정성스레 선물상자에 포장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의 부모님과 저녁을 먹었다.
왜 갑자기 저녁을 먹자며 찾아왔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기를 구워 먹던 모친은 줄 선물이 있다는 나의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한참을 이게 뭔가 들여다보더니 이내 눈물을 쏟아냈다. 옆에서 아내도 같이 울었다.
그날 나는 나의 모친의 기뻐서 우는 모습을 태어나 처음 보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말썽을 부려 슬퍼서 울던 모습은 참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래도 아들로 살면서 눈물이 날 정도의 기쁜 순간을 선물했구나 하는 생각은 꽤나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내 자식이 내 부모를 기쁘게 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기타를 들었다.
순식간에 기타 리프 위에 가사와 멜로디가 들러붙었고 그날 저녁, 노래 한곡이 만들어졌다.
You are my planet
You shine brighter than the sun.
Pale blue dot.
나의 부모에게 눈물이 날 정도의 기쁨을 준 내 자식을 위한 헌정 곡이다. 훗날 이 아이가 내 나이가 되어 자신의 자식을 낳을 때 이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탄생의 순간이 얼마나 큰 기쁨으로 가득 찼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우주 속 지구보다 더 소중한 존재임을 노래를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나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순간들이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에 감사함으로 길었던 그날을 마무리했다.
안녕, 나의 뷰티풀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