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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끌다 Feb 14. 2023

일을 생각한다.

2023년 2월 13일, 오늘은 이런 생각을 했다.

생각의 주제는 '내가 점점 일에 지쳐가는 이유'였다.


요즘 퇴사에 대한 생각이 점점 커져간다. 사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편에 사직서를 품고 다니겠지만, 지금은 서서히 회사에 정을 떼고 있는 것 같다고까지 생각했다. 정확히는 '1년을 채우면 반드시 그만둬야지.'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지쳐가는 이유 첫째, 일이 매번 똑같다는 것. 새로운 프로젝트나 일이 추가되는 것도 없고, 영역도 더 넓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일이 생길 가능성도 없다. 매일 같은 일을 빡빡한 일정으로 쳐내기에만 급급하다. 그 나름대로 배울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난 지금 매일 마감을 쳐내는 일을 하고 있다, 디테일을 배우는 일을 하고 있다,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내가 의도한 대로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사람들을 얻었다, 팀원들 생각하면 따뜻하다....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이 생각을 일을 하는 내내 반복한다.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말이다.

둘째로는 생산성 있는 회의가 아니라 누군가의 잘못을 꼬투리 잡으려는 회의가 반복되고 있고, 그런 회의들에 지친 것 같다고 느꼈다. 정말이지 이런 대화는 회의에서 혹은 회사에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정말로 열정 있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다. 지금 이대로 말고, 나를 더 성장시키는 일.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근데 열정 있는 일을 찾는 게 맞나? 내가 또 일에서 파랑새를 찾듯 열정만 찾고,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아닌가라는 고민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찌 되었든 지금 당장 내가 이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일은 결국 나를 브랜딩 하는 일이다. 근데 참 아이러니한 게 내 일이니까 더 못하겠다. 왜냐하면 엄청 엄청 X1000000.... 잘하고 싶거든.

나는 블로그가 불편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나는 브런치가 불편하다. 그리고 나는 인스타그램이 불편하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내가 업으로 삼고 있었던 일, 회사를 홍보할 때는 아이디어나 실행력이 넘쳤었는데 막상 나를 브랜딩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잘하고 싶어서 단 10분 글 쓰는 것도 참 힘들다. 이런 스스로의 모습에 가끔, 아니 자주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최근 스터디 모임에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작년에 이어 한 번 더 읽었다. 그 책에서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전까지의 나는 너무나도 직장인, 그것도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지친 직장인으로 정체성을 설정해 뒀던 것 같다. 그렇게 글은 쓰지 못했다. (글쓰겠다며... 작가 정체성 어디 갔어...)


그리고 동작과 실행에 대한 개념도 나온다. 책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동작'은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확립하고 배우는 것을 말한다. 좋은 일이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실행'은 행위로써 결과를 도출한다.


나는 자주 도피한다. 계획하는 일,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일, 책을 읽는 일... 좋은 방법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언제나 느끼지만, 100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보다 짧은 글이라도 쓰고 올리는 게 낫다. 그래서 지금도 쓴다.


일할 땐 월 별로 일자 별로 어떤 콘텐츠를 발행할 것인지 다 계획에 있었다. 그렇게 계획대로 일정 짜고 실행하는 일이 익숙했는데 막상 내 글을 쓴다고 생각해 보니 맘처럼 되지 않았다. 내가 나랑 한 약속은 대체로 안 지킨다. 그래서 내 일도 남과의 약속처럼 일정을 짜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 나름대로 작가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중이다. 방치했던 인스타그램도 저번주부터 다시 시작했고, 브런치에 글도 쓴다. 유의미한 일이다.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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