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K 금의 순도는 99.9%를 의미한다고 한다.
평소 귀금속에 딱히 관심이 없는지라 사람들이 24K, 18K, 14K니 이런 말을 하면 어느 정도의 순도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여전히 관심밖이다.
문득 순도 100%인 게 있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단다. 물질세계에서도 완벽한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 광고에서 늘 100%가 아닌 '99.9%'를 강조하나 했더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
물질도 이럴진대 당연 사람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남편은 나를 종종 '마이너스의 손' 또는 '똥손'이라 부른다. 평소 이상 없이 잘 되던 기계도 만지기만 하면 고장을 내거나, 주식을 사기만 하면 폭락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소소하게는 멀쩡하던 고무장갑도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설거지만 하면 마치 예견된 것처럼 물이 새곤 한다. 나도 인정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항상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사뭇 부럽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게 인간인지라 어쩔 수 없다. 본인들은 극구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똑 부러지는 성격 하며, 일 처리하는 융통성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거기다 상대를 후려치는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으면 그 사람 머리 위로 후광이 비친다.
이렇게 완벽한 사람들도 순도 100%는 없을게다. 그쯤 되면 본인도, 상대편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것 같다. 0.1%가 99.9%를 완벽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즐겨봤던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여주인공은 19회 차 환생을 거듭하며 다양한 삶을 경험한다. 덕분에 춤, 무예, 언어, 해박한 지식까지 두루 갖추게 된다. 어찌 보면 완벽해 보이는 인물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역으로 현대에서 과거로 회귀함으로써 뜻하지 않게 미래에 대한 예지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인물이 된다.
그러나 두 인물 모두 아무리 시공간을 뛰어넘어도 결국은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파동은 늘 불완전함을 전제한다.
우리는 보통 너무 완벽한 사람들을 보면 인간미가 없다고 말한다. 적당한 허당 끼는 오히려 상대를 편안하게 만든다. 불완전한 모습에서 인간 본연의,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마주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금과는 반대로 사람은 순도가 떨어질수록 인간미가 있지 않나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만약 '마이더스의 손'이었다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은 순도 99.9%의 황금으로 변해 있었겠지만 어느 무엇도, 어느 누구도 나와 감정을 나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차가운 황금으로 변해버린 사람보다 순도는 떨어질망정 따뜻한 피가 흐르고 숨결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나는 좋다. 순정 99.9%는 너무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