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야경 3.

지구밖 도시 야경

by 반디

묵직하게 내려앉은 새벽 공기를 타고 하얀 것은 모두 빨아 들일 듯 눈발이 하늘로 솟구친다.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객처럼 향방을 잃은 바람에 서로 몸을 부딪히고서야 조용히 내려앉는다.

붉고 푸른 신호등만이 깜박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다. 가로등은 민낯으로 모진 겨울바람을 견뎌내면서도 환하기만 하다.

꿈결인 듯 아닌 듯 뒤꿈치가 해진 슬리퍼를 끌고 창너머 세상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덧창을 사이에 두고 현세계와 이세계가 공존하는 것만 같다. 이처럼 고요한 세계라니. 낯설다. 생명의 꿈틀거림이 없는 세계가 얼마나 황량할지 생각해 본다.

며칠 전, 대기권 밖에서 남극으로부터 대각선을 따라 위쪽으로 이동하며 촬영한 지구를 본 적이 있다. 지구 중심축을 나침반 삼아 나 자신이 제3의 존재가 되어 우주를 부유하며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지구 밖 다른 존재들이 지구를 바라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심연과 같은 짙은 어둠 속, 각 대륙의 형상을 따라 선명하게 드러나는 불빛들. 결을 따라 앉아 빛을 발하고 있는 반딧불이 군집 같았다. 환하게 밝힌 크리스마스트리 같기도 했다. 순간 불빛이 없는 지구를 상상했다. 태곳적 지구는 필시 암흑이었을 텐데, 빛을 잃은 지구를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생명과 빛이 새삼 하나인가 싶었다.

솜사탕처럼 대륙을 덮고 있는 소용돌이 구름, 포말처럼 넓게 퍼진 구름들 사이로 전류가 흐르듯 무시로 치는 번개는 또 어떤가. 번쩍임만으로도 공포와 경외심이 들 정도니 가히 제우스의 무기답다.

까마득한 밤을 지나 한 순간 강렬한 태양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뱀파이어가 미처 예견하지 못한 빛줄기에 당황하듯 나 역시 그랬다. 영상을 뒤덮어버린 빛으로 눈이 부셨다. 밤과 낮이, 어둠과 밝음이 이렇게 찰나에 바뀐다고? 컷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장면 전환이 된 느낌이었다. 블랙홀로 빨려들 듯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레드썬'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지구는 색색깔의 아름다운 유리구슬로 변해 있었다. 어릴 적 구슬치기로 쓸어 담던 구슬에 왜 그렇게 매료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지구밖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결정체였다. 특히 깊고 짙은 밤일수록 생명의 꿈틀거림은 더욱 선명했다. 모든 것이 멈춰있다 생각했던 시각에 가장 강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이 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내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언제가 나도, 우리도, 이 지구도 먼지로 돌아가겠지만 빛의 일부가 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가까이 있는 것들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조금만 더 먼 곳에서 바라보자. 우주에서는 당신도 빛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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