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은 어미의 자궁을 빠져나오면서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수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본능적으로 어미의 젖꼭지를 찾았다.
생존을 향한 나와 형제들의 거친 몸부림에 어미는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들이받고, 물고, 빨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피부는 어미젖과 같은 우윳빛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그 위에 돋아난 솜털도 황금빛으로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욕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것들을 탐하기 시작했다.
탐욕이 채워지지 않을 때는 끊임없이 아우성을 내질렀다. 분노했다.
심지어는 꿈에서 조차 멈추지 않았다.
나의 영혼과 육신은 결국 잠식당해 이성은 마비되고 육신은 비대해져 갔다.
끝나지 않는 허기와 탐욕의 배설만이 나의 삶이었다.
이미 먼 눈은 멀리 보지 못하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미쳐 날뛰었다.
어느새 머리조차 가누기 힘들어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태어나 한 번도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리라 다짐한 어느 날, 나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게 되었다.
누군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나체였던 나의 전신을 휘 둘러보고, 만지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 멀리 불쾌한 기계음과 같은 차로 이동했던 친구들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공포감에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던 나를 어딘가로 떠밀어 넣었다.
번개를 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나는 정신을 잃고 까무러쳤다.
그리고... 신음소리도 내기 전에 목을 스치던 따끔함과 함께 선명한 붉은 피가 온몸을 적셨다.
나의 살과 뼈와 장기는 그렇게 해체되었다.
내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짙어질수록 사람들도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캬! 이거지, 이거!! 역시 돼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