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 출장

by 반디

컨베이어벨트 같은 차도를 벗어나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내리 뻗은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지난다.

가속이 붙은 차체는 마치 러닝머신 위에서 바퀴만 구르고 있는 것 같다.

광속처럼 지나는 차창밖 풍경과 평행선을 함께 달리는 차들만이 술래잡기하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초록색, 분홍색 갈림길에서 분홍색으로, 때로는 초록색으로 유도선을 따라간다.

테누토, 스타카토. 액셀, 브레이크.

끊임없는 속도계의 연주 속에서 순간순간 숨을 멈춘다.

속도와 방향만이 혼재된 질서 정연한 오케스트라다.

어느새 능선의 파도가 넘실대는 국도로 접어든다. 수백 미터 해일같이 위용을 가졌으나 심연처럼 적막하고 고요하다.

얼굴을 때리는 열기와 창문을 때리는 한기가 서로를 거부하듯 뿌연 연막을 만든다.

점. 점. 이. 박제되어 있는 인가, 공장, 농장, 식당... 인가... 공장... 을 점처럼 스친다.

천년 고찰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주춧돌만 파헤친 무덤처럼 남아 있다.

뱀처럼 꼬여있는 롤러코스터 위에서 식도를 타고 넘는 먹이처럼 다이브 코스터가 오르내린다.

칸칸이 그려진 정갈한 주차장엔 삭풍만이 자리 잡고 있다. 을씨년스럽다.

처마 밑 쏟아지는 햇살이 그려낸 명암 선을 따라 겨울의 끝자락을 본다.

황룡 9층 석탑 속 5층 투명 통창으로 바깥세상을 본다.

절인 지, 사당인지 모를 퇴락한 기와 몇 채가 과거를 회상하듯 산허리춤에 고즈넉이 앉아 있다.

무표정한 얼굴이 설핏 창너머 또 다른 나를 바라본다.

또다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렇게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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